오뉴월에 감기가 들었다.
의사는 말했다. "여름감기는 독해요. 몸이 계절을 거부하고 있는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열이 나면 목이 붓고, 목이 부으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고 싶었던 말들이 목구멍 어디선가 엉켜 있었다. 그것들은 작은 가시처럼 따끔거렸다.
"괜찮으냐"라고 묻던 사람이 이제는 없다.
창밖에 비가 내렸다. 장마철도 아닌데 비가 계속 내렸다. 우산 없이 그 속을 걸었다. 젖는다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몸이 차가워지면 열이 내릴 것 같았다. 하지만 열은 내리지 않았고, 대신 기침이 나왔다.
약국에서 산 감기약을 먹으며 생각했다. 이런 걸로 낫는 감기가 있고, 이런 걸로는 낫지 않는 감기가 있다는 것을.
오뉴월의 감기는 후자에 속했다. 그 사람의 부재도 그랬다.
창가에 놓인 화분의 꽃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물을 주는 것을 깜박했다. 아니, 잊은 게 아니라 피우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꽃이 피면 누군가 보러 올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감기는 일주일째 낫지 않고 있다.
의사의 말이 맞았다. 몸이 계절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별 후의 시간을 거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