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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ma May 30. 2024

외로움과 친해지기


나는 태생부터 외로운 사람이었다. 늘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길 바랐고, 시끌벅적한 사람들 사이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 대야만 외롭지 않다는 것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마음의 공허함이 100이라면, 아무리 채워도 늘 반절 이상이 채워지지 않았고, 그래서 가끔은 많은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웠다.




어렸을 때는 친구로 충족을 하려고 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향락에 의지했다가, 어느 순간엔 일에 미쳐 살기도 했다. 단계별로 무언가를 계속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늘 외로웠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심리학 책이나 나를 위로했던 글들이 모두 자기 자신을 돌보라고 말했기 때문에 바깥으로 쏟던 에너지를 안으로 쏟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감정을 읽어내는 폭은 커졌지만 여전히 정답은 없었다.


그렇게 답을 찾아 헤매던 중 좋은 기회로 어떤 작가님께 글을 첨삭받을 기회가 생겼고,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감정으로 원고를 들고 찾아갔다. 글자 하나하나를 집어삼키듯 날카로운 눈으로 나의 글을 읽으셨고, 피드백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던 나를 보며, 진심 반 장난 반으로 한 마디를 남기셨다.


이 정도면 병원 가보셔야 되는 거 아니에요?



순간 그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속엔 두 가지의 발언이 대치했는데 하나는 <처음 보는데 글 한 꼭지 읽었다고 나를 아는 것처럼 말하지마세욧!>이었고, 다른 하나는 농담조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하하>였다. 찰나라는 단어가 잘 어울릴 정도의 고민이었지만 사회생활에 오래 물들어 있던 나는 역시나 후자를 선택했다. 그 한마디가 나의 뇌리를 파고들었고, 곱씹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작가님도 자기 입으로 어떠한 부분에 강박이 심하게 있으시다고 하셨는데, 같이 병원을 가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따분한 생각이 마무리였지만.




가끔 지인들이 나의 글을 읽고 싶어 하면, 고마운 마음으로 원고를 보내거나 브런치 주소를 보낸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비슷했는데, 놀라거나 의외라고 하기도 하고, 내가 쓴 글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반응도 있었다. 나라는 사람은 외로움과는 거리가 먼, 아주 밝고 쾌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평이 많았는데 맞다. 나는 아주 밝고 쾌활하기도 하지만 그것과 외로움은 별개라고 생각할 뿐.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나를 들여다보기를 반복하다 보면 정답이 생길 줄 알았지만 정답은 없다. 정답은 없지만, 나만의 결론은 하나 얻었는데 바로 외로움과 친해지기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애초에 나쁘다는 기준도 모르겠지만) 친한 사람에게만큼은 관대하다. 그러니 아무리 외로움이라도 친해지면 나에게 관대해지겠지. 물론 이 결론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다. 나는 줏대가 없는 인간이기보다는 굉장히 유연한 인간이라 믿고 살기에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지 바꿀 의향은 있다.


외로움과 우울감이 없는 사람이 몇 있겠는가, (있다면 솔직히 부럽다 너?) 어차피 사라지지 않을 감정들이라면 인정하고, 공생하는 것도 나를 위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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