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가 <슈퍼밴드 2>다.
연주나 보컬에 다양한 재능과 끼를 가진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경연하는 내용인데 참 신선하고 재미있다.
'박다울'이라는 거문고 연주가가 등장했을 때,
옆에서 보던 아들이 "힙하네"라며 한마디 뚝 던진다.
난 암만 봐도
부스스 파마머리에 펑퍼짐한 츄리닝 입은 비주얼이
동네 백수 같은 느낌인데...
궁금해서 물었다. "아들, 도대체 힙하다는 게 뭐야?"
늘 그렇듯 짧게 대답한다. "그냥 좋은 거지"
"그냥?"
"응"
"... 그렇구나"
어느 날 외출하는 아들이 치마를 입고 있었다.
한창 연애 중이고,
얼마 있으면 군대를 가니
최근 외모에 부쩍 신경 쓰는 눈치긴 했는데
긴 파마머리를 말꼬리 스타일로 묶고
하얀색 라운드 면 티에 검정색 긴 스커트를 매치한 것이
딱 '미대오빠' 패션이었다.
X세대 가수 김원준 이후로 처음 보는 치마 입은 남자가 멋지기보단 낯설게 느껴졌다.
(누구를 닮은 것도 같은데...)
바로 나다.
나도 한때 자칭 '패션리더'였다.
날라리 대학생 땐
옆라인 툭 튀어나온 '소방차' 승마바지를 입었고,
아내와 한창 데이트하던 첫 직장에선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정장으로 온갖 멋을 부렸으며,
프랑스 유학 가서는
일 년 간 히피처럼 머리를 길러 헤어밴드를 하고 다녔다.
남의 시선 따윈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그런 시절이 나도 있었다.
낯설지만 그냥 좋은 거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힙하다'는
원래 허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인 영어 단어 '힙(Hip)'에
한국어인 '~하다'를 붙인 말로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난 여전히 모르겠다.
동네 백수 스타일이 왜 좋은 건지를.
그리고 치마 입는 아들의 모습도 아직 낯설다.
이래서 나이 들면 꼰대가 되는 걸까?
'그냥 좋다'는 아들의 정의처럼
힙함은 어쩌면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익숙하지 않은 건
안 좋은 것이란 기성세대의 고정관념 대신,
낯선 것에서 좋은 걸 발견해 내는
열린 그 호기심이, 그 젊음이 부럽다.
이참에 나도 용기 내서
치마 입는 중년이나 돼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