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동반

지혜로운 수다

by 본드형

대학 동기 '빨래터' 친구들과 부부 동반 점심을 했다.


어쩌다 보니,

4 쌍이 다 같이 완전체로 보는 건 10년도 넘었다.


얼마 전부터 수가 된 J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근사한 양식당 잡았는데

고백 장소로 꽤 유명 곳이란다.


약속시간 10분 전 도착했더니

부지런한 H 부부가 먼저 와 앉아 있었다.

우리 부부도 자연스레 그 앞에 자리를 잡았고

이어서 들어온 J와 Y 부부 역시 옆으로 나란히 앉았다.


식사가 나오기 전부터

부부가 '남녀남녀'식으로 앉아서

서로의 궁금했던 근황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하는데

할 말 많은 아내들끼리 자리배치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녀들의 제안으로 '남남여여'식으로 바꿔 앉으니

한쪽에서는 아내들의 본격적인 수다가 터졌고

다른 쪽 남편들도 이에 질세라 입이 트였다.


그리고

코스 요리가 다 끝나는 2시간 가까이 동안

상대편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전혀 모른 채

같은 방 다른 손님들이 되어 버렸다.




디저트 주문을 받기 위해 잠시 대화가 중단되서야

J의 아내가 남편들 쪽을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남편이 집에만 있으니
너무 힘들었어요."


자기는 영역 동물인데

백수가 된 남편이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신경이 쓰여 외출도 편히 못했다 했다.

(J는 좋은 오퍼가 와서 곧 다시 출근 예정이란다)


"제가 운동 가는 3시간만 뭐라 안 하면

남편한테 스트레스 안 받아요."


지방 하나 없어 보이는 Y의 아내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 시간은 절대 건들지 말라는 공식적 경고다)


다행히 H와 내 아내의 추가 발언은 없었다.


"내가 삼식이(하루 세 번 다 집에서 식사하는 남편)

안되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J가 약간 억울한 듯 말 끝을 흐리자

현명한 H가 한마디로 갈음해 버린다.

(H는 우리 중 가장 먼저 결혼했다)


"밥 해주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집에 있다는 게 그냥 불편하단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지... (아내들의 끄덕임)

그렇군... (남편들의 깨달음)




내 남편,

내 아내던 짝이


내 딸의 아빠,

내 아들의 엄마 조금씩 멀어졌다


자식이 다 크고 은퇴를 하게 되면

각자 영역과 시간을 범하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 전쟁을 빨리 끝내는 방법은 뭘까?

아니 전쟁으로 치닫는 걸 막는 Silver Bullet은 없을까?


결혼 25년 차인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하나다.


지금부터 평소에 미리미리 연습해 두자.

집안일을 조금씩 나눠 지분을 키워가자.


그리고 서로에 짐이 되지 않도록

이것만큼은 꼭 챙기자.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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