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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Aug 07. 2024

완벽한 휴가

<Perfect days> 주인공처럼 살아보기

도쿄 공중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동네 아주머니 빗자루질 소리에 잠을 깨

이불을 개고, 이빨을 닦고

수염을 다듬고, 유니폼을 입고

집을 나오자마자 하늘을 보고 미소 짓는다.


자판기 캔커피를 마시고

팝송을 들으며 운전해 일터로 가

너무나도 완벽하게 화장실 청소를 한다.


그리고 샌드위치 점심을 먹으며

공원에서 사진을 찍는다.


코모레비


일본어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말한다.

필름 카메라로 담는 그 순간이

그에게는 완벽한 하루의 절정이 아닐까 싶다.


집으로 돌아와 자전거를 타고

중고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잠들기 전까지 읽는다.




나도 이번 여름휴가 <퍼펙트 데이즈> 주인공처럼

장실 청소부로 매일 다.


짱이 발길질 소리에 잠을 깨

침대에서 내려와 소변을 확인하고

냄새나는 배변판 완벽하게 청소한다.


이빨 안 닦고 면도 안 하고

커피믹스를 타 마시고 유튜브를 보며

반바지에 슬리퍼 림으로  집을 나 

와닿는 폭염 인상을 절로 찌푸리게 다.


아파트 내 공원에서 짱이 산책을 시키며

여기저기 싼 응아를 치우고 나서

쪼금 높아져 보이는 하늘을 스마트폰으로 찍는다.

(오늘 입추란다)




나의 3휴가는 이제 끝이다.


강렬한 영화 속 엔딩씬 없는

그저 평범한 다큐멘터리 끝나 싶다가

문득, 주인공에게는 없는 걸 난 가졌다는 달음

 복잡한 표정 연기가 자연스레 나온다.


아내,

내 아들,

그에게 없는 중한  .


내일이면 나는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완벽하게 돌아갈 것이다.


P.S. 

엔딩 크레딧 후 쿠키 영상아직 남았다.


오늘은 꼭

바이크를 타고 서점에 들러

이번 가을에 읽을 책 몇 권을 골라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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