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살림은 즐거운 노동이었다

by 본드형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명칭이 변경된다는 뉴스를 봤다.


무슨 차이가 있나 했는데...


근로(勤勞)란 말이 '부지런히 일하라'는

의무만 강조하는 법적 용어인 반면,

'몸을 움직여 일한다'는 노동(勞動)이란 표현에는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적 의미도 담겨있다고 한다.


메이데이(5월 1일)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만 쉴 수 있는 날이 아닌,

일을 하는 모든 노동자의 날이어야 한다는 취지다.




같은 개념이라면,

살림하는 주부는 무임금 평생 근로자에 해당하는

극한직업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싶다.


매일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집안일은

돈을 받거나 근로자의 날이라고 지도 못하는데

우리 어머니들은 무슨 재미로 그리 열심이셨을까?


한 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었던

내 아내는 무슨 초능력으로 그 힘든 멀티태스킹을

씩씩하게 버티어 냈을까?


30년 동안 직장인 노비에서 해방되어

6개월째 초보 살림꾼이 살아 보니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가족이었다.


해도 뜨기 전,

계란 요리에 요거트 하나인 초라한 아침상이지만

잘 먹었다, 늦었다며 뛰어 나가는 아들 목소리에서


볕 좋은 오후,

이불 빨래를 돌리고 잘 마른 수건과 옷들을 걷어와

함께 개며 연신 수다를 떠는 아내의 환한 표정에서


문득문득 느껴지는 뿌듯함과 평온함...


'살리다'라는 그 어원처럼

살림은 내 가족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지켜내는

즐거운 노동이었다.




내 맘 알지?


무슨 소리.

관심법을 가진 궁예도 아니고...


몇십 년을 같이 산 부부 사이라도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그 마음을 절대 모른다.


은퇴했거나, 예정인 남편들이여!

하루 한 번 설거지,

주말마다 쓰레기 분리수거라도 일단 시작하자.


아내의 집안일이

열심히 해야 하는 근로가 아닌

즐겁게 하고 싶은 노동으로 느껴지게 하려면

지금 당장 몸을 움직여라.


살림은 사랑이고

사랑은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