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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굴비선생 Aug 02. 2024

인생맛 굴비(屈飛) 정식 #4

신불자로 20년을 산 남자 이야기 Part 1

이 글은

저를 또 한 번 벗겨내야 하는 글이고 이것이 그저 필명으로 활동하는  저에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제 글을 보시고 지금의 곤란한 상황을 이겨 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적어 봅니다.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분들이 거의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누군가 딱 한 사람한테만 이야기드립니다. 그게 누구일지라도요. 이 글로 생각을 바꾸시길 바라봅니다. 신불자로 20년을 산 사람의 이야기 이니까요.


다음은 실제로 제게 일어난 일입니다.

사건은 작년, 가열찬 목표로 금주 100일을 실행하였단 초기였습니다.


해외의 케미컬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따와서 사업을 전개하기로 파트너와 계약을 하고,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바로 옆에 법인을 설립, 열심히 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과정 중의 문제는 해외에서 브랜드를 따오신 파트너(법인의 대표)께서 사업의 진척 속도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수익이 없이 지출만 나가는 구조속에서 본인이 운영하시는 시공점의 매출도, 새로 전개하는 브랜드의 매출도 없이 버텨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와중에 엎친 듯이 막내 따님의 고교 진학문제로 이사를 가야만 하는 중대한 이유로 자식문제에는 대안이 없었던 아버지로서, 고민 끝에 가용이 가능한 당신의 모든 현금을 이사(보증금)에 전부 쓰셔야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달 나오는 카드값에, 사업을 위해 받은 크고 작은 대출의 원금과 이자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신용 1등급을 유지하며 자존심 강하던 분이 하루아침에 빚독촉을 받는 채무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이 것이 그분에게는 분명 힘든 고통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나 견디기 힘들어하셨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결국 이겨내지 못하시고, 지난해 11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으니까요… 고통을 토하는 유서를 남기고요….


평소에 항상 강인한 모습을 보여 주시던 분이 어느 때부턴가 힘에 부쳐 보이는 모습에, 눈빛도 많이 무뎌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바로 전 주에 저녁 술자리에서,  자기는 딸아이 이사만 하고 나면 죽고 싶다고 말씀하시길래, ” 저도 살고 있는데 그깟 신용불량자가 무슨 대수냐고, 벌어서 갚으면 되고, 벌자고 이리 일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요!! “ 하면서 처음으로 그분께 언성을 높여 심하게 화를 내고,


“이럴 거면 같이 일 못한다고 ” 모질게 화를 냈었습니다. 힘을 내시라고 애써 강하게 말한 것이 오히려 사지로 더 몰았던 것은 아닌지 ㅠㅠ

( X대표님 저는 정말 그런 마음이 아니었어요…)


그 일이 돌아가시기 전 주의

목요일이었고, 4일 뒤인 다음 주 화요일에 그분은 전화도 카톡도 하루종일 안 받으셨습니다.


가족들을 남기고 세상을 등지신 분께 오죽하면 그러하시겠냐고 하면서도, 여러 회한이 많이 남아, 지금도 그분을 생각하면 아련함이 생겨 정신을 번쩍 차려 빠져나옵니다.

 

크게 후회되는 것은 그때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좀 더 옆에서 위로해 드리고 같이 방법을 찾았더라면, 원망 섞인 딸들의 눈물은 보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네,  저는 신용불량자로 살았습니다. 지난 2004년 제 첫 사업은 교만과 아집, 시장 상황의 살핌 없음으로 실패하며, 그 과정에서 모든 사업자금 대출, 투자금,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 대금, 개인 신용카드 대출 등 소위들 말하는 만만세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신용불량자가 있습니다. 매스컴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하며 신용불량자를 마치 죄인으로 치부합니다. 예전의 드라마 ‘추노’에서 나오듯, 얼굴에 노비 화인을 찍듯요… 그래서 어쩌면 ‘빚’ 보다도 그런 처우를 받는 ‘모멸감‘ 이 더 큰 고통이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크게 방황했으니까요.


채무자로 전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사람들과 매스컴에서 이야기를 하는 과소비, 도박 등 본인 스스로의 문제 보다

본인의 외부 환경, 즉 집안의 대소사, 보증, 사업실패, 가족의 질병, 등 감당하기 힘들었던 지출로 인해 죄인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이미지의 문화일보 기사 참조)


그럼 저는 어떻게 하며 살았을까요??


긴 시간이었지만 채무를 3/4 정도는 갚고, 아직은 1/4의 채무가 남아 있는 상태이며, 금년도에는 채무를 종결하는 한 해로 목표 삼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길고, 비슷한 일로 고민하는 분들께 적정한 조언도 드리자고 글을 쓰다 보니 길었습니다.


현실은 받아들이되 중심을 잃지 않고 정면으로 나아가는 것이 맞다는 개인 생각에, 이야기를 드려 보려고 합니다. 저도 살았으니,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업이라는 것이 모든 이익이 나에게로 올 수 있지만 반대로 모든 리스크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일입니다.


누구에게나 빛과 어둠이 있듯,


제 이야기가 맞는 정답은 아닐 테지만, 글이

길어 2편으로 이어 ‘살았던’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오늘의 굴비정식, 쓰고 맵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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