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나를, 유월이라 부른다

브런치에서 피어낸 이름

by 유월

'글을 포기해도 괜찮다.'라고 생각한 내게 전하는 글이자, 미래를 약속하는 글.

글을 쓰는 건 그런 일이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꿈이 된 줄도 몰랐던 일. 꿈이 되었다 생각한 그 순간, 벅차올랐던 일이 되었다. 대입을 앞두곤 그러지 못했지만. 흔히들 대학교를 가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다 이야기하니까. 담임선생님과 입시 상담에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사실 그렇게 글을 쓰고 싶은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비겁하게 거짓말했다.
내가 글을 포기했으니까 글도 나를 포기했다. 간간히 쓰는 시 말고는 어떤 영감도 내게 주지 않았다. 지친 순간, 블로그에 끄적이던 작은 글귀 몇 줄. 나도 진심을 다하지 않으니 글도 내게 그랬다.
졸업을 앞둔 막학기, 미래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이 일도 너무 좋았지만, 가슴이 뛰진 않았다. 내 꿈이 뭐였지, 고민 끝에 내 비겁한 순간을 떠올렸다. 나는 누구보다 글을 쓰고 싶었다고. 내 모든 순간을 담아 나를 만들고 싶었다고. 비겁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온 힘을 다해 무언가를 사랑해 본 적이 없으니 글을 사랑하는 일은 더 어려웠다. 너무 잘하고 싶어서 어려웠고, 너무 막대하지 못하겠어서 어려웠다. 글이 그랬고, 내 꿈이 그랬다. 마음을 다 하진 못한다면 또 비겁해질 것 같아서 휴학을 선택했다. 반대가 심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이 중요한 순간에 왜 그런 길을 가냐고 물었다. 그것도 너의 꿈이 아니었냐고.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라는 그 말들에 나는 그렇게 말했다. 꿈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금 도망치면 평생을 꿈에 다가서지 못할 거라고.
한 순간도 글에 집중한 적 없으니 이번에는 그러고 싶었다. 너에게 전부를 걸어보고 싶단 그런 마음이었다. 꿈을 놓아주는 것도 방법이라는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열렬히 사랑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을 확신에 걸어보겠다고. 평생 굶어 죽어도 좋으니 글에 미쳐보고 싶다고. 온종일 글 생각만 하다 잠들어보고 싶단 생각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한 달이 좀 지났다. 뚜렷한 성과를 낸 건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스스로의 기록이 보기 좋게 정돈되어 가는 순간들이 좋았고. 업로드 시간을 기다리며 글을 쓰는 내가 좋았고,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좋았다. 내 글이 나를 비롯해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좋았다.
누군가는 내게 이룬 것이 없다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안다. 나는 글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내 꿈은 결국 글을 쓰는 일이라는 걸. 이것만으로도 이룬 것은 넘치게 많았다.
유월이 필명이 된 것은 그런 이유였다. 예쁘게 울리는 울림소리, 나의 탄신월. 글을 쓰는 것이 내 삶이라는 다짐. 글이 나를 피워냈으니, 필명이라면 내 삶을 나타내는 게 맞다 생각했다.

인생에게 말한다, 그동안은 비겁했다고. 이젠 포기하지 않겠다고. 심장 뛰며 살아가겠다고. 톡, 톡 두들기는 키패드에 심장 뛰며 살아가고 싶다고.
오늘은 솔직하게 전한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영원하길. 내가 받은 기쁨을 오래 전할 수 있길. 글을 사랑하고 있다고. 여기를 떠나지 않겠다고, 글이 나를 지탱하듯 나도 너를 의지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을 전하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