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주차

by 최재학 담연

주말 오후,

딸아이가 말을 건다.


할아버지 댁에

데려다 달라고.


아파트 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결국 이중주차를 했다.


괜히 마음이 쓰였다.


딸에게

혼자 올라갔다 오라 했더니


"아빠, 아들이 가야 좋아하시지."


하며 눈을 흘긴다.


문이 열리자

어머니가 반기신다.


아버지도

어느새 나오셔서

손녀 얼굴부터 살피신다.


이중주차한 차가

계속 눈에 밟혔다.


이제 가야 한다고 말해도

대화는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겨우 신발을 신는 손녀의 손에

지폐 몇 장을 쥐어 주신다.


딸아이의 손에는

검은 봉지 하나가 들려 있다.


"이거 할아버지가 아빠 주래.

아빠가 좋아하는 땅콩이라고."


차 문을 열려던 손이

잠시 허공에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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