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10화
가이드는 언제나 임기응변에 강해야 한다. 손님들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던 중, 영국 음식은 왜 맛이 없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덩달아 나도 궁금해졌다. 신문 자료를 찾아보니, 제2차 세계대전 중 국민들에게 배급된 건 오로지 감자와 빵이란다. 잼, 설탕, 그리고 후추와 같은 향신료는 나누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간 없이 먹어온 이유에는 영국인들의 검소함이 묻어 있었다.
영국인들은 오븐에 구운 담백한 요리도 선호한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선데이 로스트(Sunday Roast)가 있다. 이것도 사실 오븐에다 고기, 야채, 빵을 구우면 끝. 정말 간단하다. 오븐 요리는 몇 백 년 전부터 있어 왔다. 굴뚝으로 불을 지피고 요리를 해오던 지난 윌리엄 셰익스피어 시대의 오븐 요리가 오늘날에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셈. 전통을 중시하고 익숙한 것을 버리지 않는 영국 답다.
우연히 지하철에서 젊은 영국인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듣게 되었다. '그 남자로부터 연락이 왔어. 선데이 로스트를 같이 먹으러 가쟤!' '그린라이트네!' 첫 데이트 후 애프터 신청을 받은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선데이 로스트는 영국의 대표적인 가정적인 음식이다. 선데이 로스트 먹으러 갈래? 는 영국 사람들 사이에선 라면 먹고 갈래? 버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선데이 로스트는 일주일 중 단 하루만 먹을 수 있다. 바로 일요일이다. 옛날에 주말 미사를 보기 전까지는 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한다. 오전 미사가 끝나고 나서 고기를 구워 다 같이 나눠 먹었다. 요즘은 종교와 상관없이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 먹는 식사 메뉴가 되었다. 근황을 이야기하며 바삭하고 쫄깃한 요크셔푸딩(요크셔지방 출신 빵)을 그래이비 소스에 듬뿍 찍어 먹는다. 펍에서 20 파운드면 가성비 있게 먹어볼 수 있어 일요일이 다가오면 영국 여행 온 손님들께 추천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