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만 더 주세요

<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9화

by 걸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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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런던은 야외를 돌아다니기엔 최악인 날씨다. 머릿속이 시릴 만큼 추운데, 그래서 털모자는 필수다.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람이다. 뺨을 때리는 런던의 차디찬 바람을 맞게 되면, 집에 있는 전기장판과 따듯한 실내공간 그리고 호호 불어 마시는 차가 머릿속을 스친다. 어서 집에 가고 싶어진다.

야외에서 워킹 투어 중이었던 어느 날이었다.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려는데 손님들이 투어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숙소로 돌아간다고 했다. 문제는 돌아가는 방법이었다. 도저히 걸어선 못 가겠는데 버스를 찍을 카드마저 없는 일행이 있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내가 대신 찍어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투어에서 내야 하는 기계 이용비와 가이드 팁 그리고 버스비를 포함해 7파운드를 받겠다고 했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버스를 타는 중에도 그들은 뚱한 표정으로 풍경을 응시했다. 중도 포기로 인해 이미 낸 투어 비용이 아까웠을 것. 거기다 더해 팁을 낸 것에 대해 억울한 것 같았다. 내 입장에서는 안 받자니 내 지갑이 억울하고, 받으니 내가 야박해 보이게 되었다. 나도 센스가 참 없었군. 뭐, 이미 일어난 일 어떡하겠는가. 우버를 타야 한다며 번호가 필요하다 해서 내 번호도 알려줬었다. 더 이상 오지랖을 부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런던 기반 한인 투어사에서 가이드들의 수고비로 가이드 팁 1파운드 주기가 도입되었다. 팁은 보너스 개념으로 보면 된다. 물론 한국에는 팁 문화가 없다. 그래서 손님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정리된다. 투어 비용도 냈는데, 팁을 또 내야 한다고? 게다가 투어를 중도 포기했다면 더더욱 억울하다. 팁은 의무라고 할 수 없고 고마움의 표시다. 그렇다면 안내 문구를 이렇게 바꿔야겠다.

'가이드 팁은 선택 사항입니다. 투어가 마음에 드셨다면 1파운드만 더 포함해 주세요.'

먹고살기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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