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8화
몰드 와인을 사랑한다. 정향, 계피 그리고 오렌지를 넣어 만든 따듯한 와인이다. 특히 겨울철 연말에만 먹을 수 있는 이 와인을 사랑한다. 영국 마트에서는 단 돈 5천 원에 몰드 와인병을 살 수 있다. 큰 냄비에 와인을 넣어서 끓이기만 하면 완성이다. 오렌지를 넣어 함께 끓이면 좀 더 과일향이 나 향긋해진다.
영화 <브릿지 존스의 일기>에서 마크 다시가 어글리 크리스마스 점퍼를 입고 나온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문화가 있는데 바로 눈에 띄게 촌스러운 니트 스웨터를 입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파티할 때 일부로 입고 오곤 한다. 나도 올해 장만해 보았다. 새침한 초록 괴물 그린치가 빨간색 산타 모자를 쓰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여러 한국 여행객들이 런던으로 왔다. 추석, 설날과 같은 명절 개념으로 고향에 간 현지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런던을 지키기 위해 발걸음 해주셨구나. 크리스마스날 런던은 유령 도시가 된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 날이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대중교통 운행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침을 먹기 전, 템즈강변을 끼고 걸어 보았다. 사람들이 붐비는 지역엔 펍 하나, 카페 두 곳 그리고 서브웨이가 문을 열었다. 집 근처에도 문 연 레스토랑 하나 있다. 무슬림 사람들에겐 크리스마스가 종교적으로 의미 없는 날이기도 하다. 관광객들이 다행히 굶어 죽지는 않겠군. 쌀쌀한 바람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몰드 와인을 끓여 마시며 온기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