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으로 만나는 앤디 워홀

<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7화

by 걸어가는
DSC08374.JPG

서더크(Southwark)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걸어가나 버스를 타고 가나 동일하게 20-25분 걸려 테이트모던을 갈 수 있게 되었다. 테이트모던의 건물은 원래 공장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 기둥 역할을 하는 굴뚝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 2000년, 현대미술관으로 새롭게 태어나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영국의 설탕 재벌이자 후원가였던 헨리 테이트의 이름을 따 테이트모던이라 불린다. 이외에도 런던에는 테이트브리튼이라고 영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을 모아둔 무료 미술관이 있다. 헨리 테이트. 얼굴도 본 적이 없는 그이지만 고맙다고 할까나.

공장이었다는 명성답게 미술관 내부는 거대하다. 가방 검사를 휘리릭 마치고 나면, 순록의 흐느끼는 소리, 자연소리가 들린다. (2025년 12월 기획 전시) 정신이 혼미해진다. 순록과 유목생활을 하는 사미족의 한을 느낄 수 있는 대형 작품이 시선을 압도한다. 상설 전시를 보기 위해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영국 기준 지상층인 0층에서 2층으로 바로 올라가면 미로처럼 방들이 이어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독특하고 눈길을 끄는 작품들을 만난다. 방대한 정보화 시대 속에서 적당한 이야기 하나에만 집중하게 된다.

20여 작품들에 대해 설명하다 보니 입가에 침이 고여 흰 줄이 생겼다. 도슨트를 마치고 화장실로 달려가 물로 박박 닦아본다. 테이트모던은 매번 주기적으로 전시를 새롭게 가져오고나 변경하기 때문에 미리 봐둬야 한다. 투어 약속시간 2시간을 무사히 넘기면서, 남몰래 안도감을 뱉었다. '끝났다.' 카페인이 땡겨 테이트모던 5층 멤버 전용 카페로 이동했다. 사실 테이트 모던 10층에는 커피를 사 마시며 쉬어 갈 수 있는 에스프레소 바가 있다.

커피를 시킬까 하다가 나에게 주는 보상으로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이후 일정이 없었다. 하프로 주문했는데 한 잔 통 크게 주는 직원. 놀라서 잘못 나왔다고 말하니 그냥 마시란다. 반값 가격에 한 잔 마시게 생겼다. 마침 런던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뭉게뭉게. 날씨가 좋구나. 해도 한 잔 걸쳤으려나? 맥주 한 모금에 앤디 워홀, 임구림, 살바도르 달리, 마크 로스코 등 인종과 국적을 초월하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떠올려진다. 런던에 살면 이 그림들을 다 무료로 볼 수 있다. 정말 좋은 복지야. 좋은 복지일세. 맥주 한 모금에 히죽히죽 웃음이 새어 나온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국에 닿자마자 이거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