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닿자마자 이거 드세요

<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6화

by 걸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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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하면 떠올려지는 랜드마크가 여러 군데 있다. 그중 가장 으뜸은 황금색 시계탑 빅벤이 아닐까? 빅벤의 주변은 관광객들로 금방 붐비곤 한다. 자고로 빅벤은 일찍 가야 한다. 부지런히 눈곱만 떼고 일어나, 새벽에 닿은 빅벤 주변은 텅 비었음을 확인할 수 있을 터니. 물론 새벽인 데다 강변에 위치해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으슬으슬 춥다. 옷을 잘 여미고 갈 것. 사진을 생각해서 너무 중무장할 필욘 없지만, 그렇다고 안 입어서도 안 된다.

새벽에 빅벤을 보고 함께 걷는 투어가 있다. 가이드의 주된 역할은 런던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며 사진 찍어주기. 그렇게 일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시간이 된다. 런던 워킹 투어를 신청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날에 도착했을 확률이 높다. 점심으로 한식은 먹지 않을 테고, 중식이나 베트남 쌀국수도 그렇게 당기지 않는다. 그럴 땐 피시 앤 칩스가 제격이다.

피시 앤 칩스는 영국의 대표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영국인들이 처음 먹었던 음식도 아니다. 영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들이 먹었던 음식. 그들의 율법상 음식을 해서는 안 되는 날이 있다. 그 율법을 지키고자 전날 튀겨놓았던 생선을 먹어왔고 유대인 장사꾼들이 거리로 나와 이 튀긴 생선을 팔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유대인 사업가가 감자를 우연히 튀기게 되었는데 맛이 정말 좋은 거다. 그렇게 해서 생선과 칩스, 즉 영국 영어로 감자튀김을 같이 팔게 된 거였다.

길거리 음식이지만, 오늘날엔 피시 앤 칩스 전문 레스토랑에서 그럴싸하게 요리처럼 판매되고 있다. 맛집을 몇 군데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다고 여겨지는 곳은 펍에서 파는 피시 앤 칩스다. 부드러운 흑맥주 기네스 한 잔과 안주 삼아 먹는 겉바속촉의 정석 피시 앤 칩스의 궁합은 생각보다 괜찮다. 이건 먹어봐야 안다. (물론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맥주를 팔긴 하지만, 기네스를 팔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손님들이 이 바삭한 튀김과 부드러운 생선 속살을 먹고 나면 '영국이 맛없다고 들었는데 그건 아니었구나'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그 점만 제외하면 피시 앤 칩스는 영국을 대표하는 나름 괜찮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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