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영국은 해가 짧아요

<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5화

by 걸어가는

11월이 정신없이 지나가다 보니 벌써 12월이다. 나는 가끔 영국에 뜨는 태양으로 환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출퇴근이 정말 제멋대로이니까. 영국에선 해가 없는 날이 해가 있는 날보다 더 많다. 특히 겨울에 태양은 아주 늦게 얼굴을 보여주고, 조기 퇴근을 밥 먹듯이 한다. 오후 3시 58분 칼퇴. 말리는 상사도 없나 보다. 이렇게 해가 가면, 하늘이 서늘하고 차가운 하늘색을 띤다. 이런 하늘을 바라보자니, 뭔가가 일어날 것만 같다. 이마에 흉터가 있는 해리포터라는 친구가 빗자루 타고 나타날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흉측한 볼드모트라는 무시무시한 마법사가 요란스럽게 등장할 것만 같다.

오후 4시 30분이 넘어가자마자 하늘이 깜깜하게 변한다. 온기를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을 바라보며, 전기포트에 물을 넣어 끓인다. 크흠. 침을 삼키니 목 부분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차를 우려내어 마셔야겠다. 가이드에게 체력만큼 중요한 건 바로 목 관리다. 물론 요즘은 마이크 등 기계를 사용하여 애쓰지 않아도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목을 쓴다. 365일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낼 수는 없겠지만, 항상 조심하고 주의하고 있다.

수많은 차 종류 중에 선택한 건 레몬&생강 차다. 한국에서는 많이 마셨던 것 같진 않은데, 영국살이 4년 차의 부엌 찬장에는 다양한 티백으로 가득하다. 가장 기본적인 홍차부터 페퍼민트, 카모마일, 잠 잘 오게 하는 베리류, 디카페인 얼그레이까지. 다 마시냐고? 놀랍게도 다 마신다. 영국인 가정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들은 200개의 티백을 한 달 만에 다 마신다고.

끓인 물에 레몬&생강 티백을 넣고 휘젓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진저샷이 생각났다. 진저샷이란, 생강 엑기스인데 30~40ml 정도로 작은 크기의 영국식 면역력 회복제라고 생각하면 된다. 영국 스타벅스와 같은 카페 체인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저샷을 레몬&생강차에 넣어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점점 추워지는 영국에서 나만의 목 관리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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