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15화
어제저녁 요리하기가 정말 귀찮았다. 마트에서 파는 피자를 하나 사다가 1파운드짜리 루꼴라와 버섯을 잘게 찢어 올린 뒤 오븐에 구웠다. 큰 기대 없이 만든 조합이었는데, 꽤 근사한 피자가 되었다. 3파운드도 안 하는 마트 피자였으니, 맛에 대한 기대도 없었는데 웬걸. 맛있네. 입안을 깔끔하게 정돈해 주는 1파운드도 안 되는 탄산수를 곁들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점점 유럽인이 되어가는 건가.
외식 물가가 만만치 않은 영국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외식을 안 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살던 습관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틈만 나면 배달을 시키고, 친구들을 만나면 식당에 갔다가 카페까지 이어지는 그 익숙한 코스가 너무나 그립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미디어만 접하면 문득문득 떠오른다.
그래서 영국에서도 외식을 아예 끊지는 못하고, 가끔씩은 하게 된다. 대신 철저하게 가성비를 따진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외식 브랜드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프랜차이즈 전문점이라는 점이다. 개인이 하는 레스토랑에 대한 단점이 있다기보다, 어느 정도 검증된 맛과 인기를 얻으면 곧 체인점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택지도 그쪽으로 쏠린다. 낯선 동네에서 무난한 한 끼를 해결할 때, 결국 손이 가는 건 프랜차이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난한 곳은 난도스다. 간판에 그려진 닭 그림처럼, 이곳의 핵심은 치킨이다. 남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브랜드답게 페리페리 소스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특히 영국 음식 특유의 느끼함과 짠맛에 지친 한국인들에게는, 이 소스가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진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테이블마다 다양한 소스를 직접 가져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무엇보다 치킨을 구워서 내기 때문에, 기름기를 쫙 뺀 담백한 맛이 인상적이다. 여기에 밥 메뉴까지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가끔 외식을 해야 할 때면 후보에 오르는 곳이다. 치킨을 플래터로도 햄버거로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사이드 메뉴를 추가하는 재미도 있다. 현지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굽네 대신 난도스로 향하는 나를 보며, 나도 점점 영국인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