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벤 앞에서 줄 서서 먹는 영국인의 아침

<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14화

by 걸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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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저렴하면서도 자극적이고 풍부한 맛으로 사랑받는 곳이 있다. 게다가 아침 식사 장소로도 손꼽히는 곳. 바로 그렉스(Greggs)다.

빅벤 시계탑을 마주 보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 지하에는 그렉스 매장이 하나 있다. 새벽 7시쯤 들르면 소세지 롤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정장을 입은 사람들도 꽤 눈에 띄는데, 국회의원일 수도 있고 보좌관일 수도 있겠다.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 바로 맞은편, 빅벤 옆의 건물이 바로 영국 국회의사당이기 때문이다. 경찰관들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

그렇다. 그렉스는 영국인들에게 일종의 김밥천국 같은 존재다.

그렉스가 처음 시작된 곳은 런던에서 한참 북쪽에 위치한 뉴캐슬이라는 도시다. 뉴캐슬의 그렉스 매장은 런던의 매장과 비교하면 규모부터가 다르다. 매장도 더 넓고, 메뉴 종류도 훨씬 다양하다. 근처에 그렉스 공장이 있어서 인지, 혹은 본점이 있어서인지, 제품 관리나 진열 방식도 조금 특별하게 느껴진다. 뉴캐슬의 그렉스에서 먹었던 커피와 도넛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대표 메뉴는 소세지만 들어간 소세지 롤이다. 나는 진득한 고기 향과 그레이비한 소스가 어우러진 스테이크 베이크(bake)를 좋아한다. 소세지 롤 크기의 두 배이며 넓적한 네모난 모양이 꽤나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도 있다. 치즈와 양파가 든 파이, 혹은 연주황색의 빈스만 들어간 베이크가 그것이다. 갓 구워져 나왔을 때는 입천장을 데일 정도로 뜨겁지만, 그 맛에 빠지면 멈출 수 없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처음에는 이걸 왜 먹지? 싶었지만, 영국에서 가장 빠르고 실속 있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임을 깨달았다. 크리미한 크림수프 맛의 소스를 품은 패스트리를 입에 가득 넣고, 에스프레소를 빠르게 턴 뒤 투어 손님들을 맞이하던 지난날이 생각난다. 그렇게 매일 먹다 보니, 3kg이나 쪄버린 나 자신을 발견했었다.

DSC03535.JPG 그렉스 뉴캐슬 매장
DSC03539.JPG 그렉스의 다양한 베이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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