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가이드로 먹고살기> 13화
2026년 3월 1일. 단순히 쉬는 공휴일이 아니다. 1919년,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함성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누리는 평범한 일상이 없었을 것이다.
영국박물관에서 우리나라 전통 놀이 행사가 진행되었다. 참여한 사람들에게 약과도 나눠 주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우리 문화를 알리고 기념하는 행사였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덕분에 굳이 말 안 해도 다 아는 우리나라 전통 놀이가 외국인들에게 익숙해졌다. 김치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제는 외국인들이 직접 담그기도 한다.
의회 광장으로 이동해 윈스턴 처칠 동상을 보려는데, 펜스가 설치돼 있었다. 간밤에 누군가 처칠 동상 위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Free Palestine'이라고 적고 간 것이다. 멀리서 보니, 처칠이 마치 우스꽝스러운 빨간 쫄쫄이를 입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주말에는 런던 시내 한복판이 이란 독립 시위로 도로가 마비되기도 했다. 1919년 삼일절의 외침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지만, 그 이름과 맥락은 모두 달랐다.
집으로 돌아와 한인마트에서 산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였다. 고귀한 우리나라의 문화와 식품이 자연스러운 이 현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낀다.
영국박물관을 나와 골목을 돌면, 새로 생긴 한인 카페가 있다. 부지런한 한국 여성분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이른 아침부터 두쫀쿠를 판매한다. 메뉴판에서 반가운 쑥라떼를 발견하고 주문하자, 귀여운 고양이 아트가 그려진 라떼가 나왔다. 나의 다음 외국인 손님 역시 쑥라떼를 주문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카페 안에서는 한국어와 영어가 뒤섞인 대화가 흘러나오고, 바깥에서는 런던의 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고소한 쑥향을 맡으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의 향을 깊게 들이켠다. 눈물로 지켜낸 시간들이 흘러, 이제는 향으로 남은 우리의 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