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물고기: 푸른 심장의 까마귀의 둥지 안에 살고 있는 소중한 너희들에게
깊은 바다에 투명한 물고기 횽이가 살고 있었어요.
횽이는 아주 오래된 꿈이 있었어요.
"나도 빛깔이 있는 몸을 가지고 싶어."
그러던 어느날, 횽이는 큰 결심을 하게 되어요.
"그래, 모험을 떠나 보자! 나도 예쁜 색깔 물고기가 되어 보는 거야."
깊은 바다를 벗어날수록 물고기들의 빛깔은 더 화려하고, 신비했어요.
횽이의 눈망울은 부러 움으로 가득찼어요.
"아, 나도 저 친구들처럼 예쁜 빛깔을 가질 수 있었으면!"
그러던 어느날,
"아얏!"
횽이는 한눈을 팔다 한 물고기와 부딪히고 말았어요.
"어머, 다치지 않았니? 넌 처음 보는 물고기인데, 이름이 뭐야?"
"응, 나는 저 깊은 바다에서 온 횽이야. 빛깔이 있는 몸을 가지고 싶어 모험을 하는 중이야."
"아, 그렇구나. 나는 달깡이라고 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하는 달깡이의 몸은 아름다운 형광색으로 빛나고 있었어요.
"달깡아, 어떻게 하면 너처럼 예쁜 빛깔의 몸을 가질 수 있어?"
"글쎄. 음... 난 연두색 수초를 좋아해서 매일 먹거든. 그래서 이런 형광빛 몸을 가진 게 아닐까?"
“혹시 나에게 연두색 수초가 있는 곳을 알려줄 수 있니?"
"그럼, 당연하지! 따라 와."
횽이는 형광빛으로 밝게 빛나는 달깡이를 따라 빠르게 헤엄을 쳤어요.
한참 후, 횽이의 눈 앞에 눈부시도록 빛나는 형광 수초 화원이 펼쳐지는 게 아니겠어요?
"와, 정말 아름답다."
"횽아, 네가 꼭 빛깔을 찾길 바라. 그럼 안녕!"
달깡이가 떠난 후에도, 횽이는 한참을 넋을 잃고 있었어요.
한참 만에 정신을 찾은 이는 연두빛 수초를 천천히 따서 먹어 보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수초를 꿀꺽 삼키니 목 부분이 연두빛으로 조금 빛나는 게 아니겠어요?
좀더 용기를 내어 수초를 크게 베어 물고 꾹꾹 씹어 넘겼어요.
"와! 내 몸이 조금씩 연두빛으로 변하고 있어."
횽이의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고였어요.
"더 많이 먹으면 달깡이처럼 예쁜 형광색이 될 수 있을 거야."
욕심이 난 횽이는 입에 닿는대로 수초를 따 먹었어요.
너무 배가 불러 도저히 움직일 수 없게 된 순간, 횽이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내 몸이 온통 형광빛이야. 너무 아름다워!"
횽이는 아름답게 변한 몸을 자랑하고 싶었지만, 몸이 무거워 헤엄을 칠 수가 없었어요.
결국 연두빛 수초 화원 구석에 웅크리고 몸이 가벼워지기를 기다렸답니다.
그런데
"아, 아파. 배가 너무 아파."
수초를 너무 많이 먹음 탓인지 밤새 배가 아팠어요.
배를 움켜쥐고 밤새 아파한 횽이지만 얼굴만큼은 환하게 웃고 있었답니다.
아침이 되었어요.
"횽아, 잘 잤니? 궁금해서 와 봤어."
횽이는 달깡이의 목소리에 잠을 깼어요.
"달깡아, 나 어때? 정말 예쁘지?"
횽이는 기운이 없었지만, 빙글빙글 헤엄치며 형광빛 예쁜 빛깔을 자랑했어요.
"횽아, 네 몸은 어제와 같은 걸?"
깜짝 놀란 횽이는 몸을 살펴보았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이에요?
형광빛으로 빛났던 몸은 원래대로 투명하게 변해 있었어요.
"혹시?"
달깡이가 가리키는 곳에는 형광빛 똥이 가득 쌓여 있었어요.
횽이는 너무 속상해 연두빛 똥더미 옆에서 엉엉 울고 말았어요.
"횽아, 수초는 소화가 빨리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달깡이가 횽이를 안아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어요.
달깡이의 말을 들은 횽이의 머릿속에 여러 빛로 빛나던 산호초 정원이 떠올랐어요.
걱정하는 달깡이를 뒤로 하고 횽이는 빠르게 헤엄쳐 산호초로 갔어요.
그리고 조심스럽게 산호 초에 입을 대었어요.
"앗, 아파."
산호초는 너무나 딱딱했어요. 하지만 횽이는 포기할 수 없었어요.
산호초를 먹느라 입 안이 다 헐어서 상처 투성이었지만 예쁜 빛깔로 빛나는 모습을 생각하며 꾹꾹 참았죠.
"난 할 수 있어. 절대 포기할 수 없어."
혼잣말을 하는 이의 몸은 조금씩 산호초 빛으로 변하고 있었어요.
"횽아, 네 빛깔을 보아. 정말로 아름다워!"
횽이는 달깡이의 말을 들으며 힘없이 웃었어요. 그리고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횽아, 괜찮니?"
달깡이의 목소리에 횽이는 잠에서 깨었어요. 그리고 몸을 다급하게 살폈어요.
세상에나!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 횽이의 몸은 그대로 아름답게 빛나는 산호초 빛깔이었어요. 횽이는 뛸 듯이 기뻤어요.
달깡이와 손을 잡고 빙글빙글 춤을 추며 울며 웃었어요.
산호초 빛깔이 된 이는 자신있는 몸짓으로 헤엄을 쳤어요. 물고기들이 이야기했어요.
"어머, 이런 빛깔은 처음이야. 정말로 아름답구나."
횽이는 정말로 행복했어요.
하루 이틀,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의 빛깔을 칭찬하 는 물고기들이 줄어들었어요.
"횽아, 이거 한 번 볼래?"
달깡이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며 작은 주머니를 열었어요.
주머니에는 산호초 빛깔의 작은 구슬 들이 수없이 많이 빛나고 있었어요.
"이게 뭐야?"
"네가 그동안 산호초 빛 똥을 쌀 때마다 모아 둔 것이야."
횽이는 천천히 몸을 살폈어요. 횽이의 몸은 어느새 원래의 투명색으로 변해 있었어요.
"나는 빛깔이 있는 물고기가 될 수 없나 봐."
울 힘도 없는 이를 안아 주며 달깡이가 말했어요.
"횽아, 힘내!"
달깡이는 횽이의 마음이 풀리길 바랐어요.
"횽아, 저 위로 올라가면 빛나는 태양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 가끔 무지개라는 게 뜨는데 정말로 아름답단다. 같이 가볼래?"
횽이는 기운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한참을 헤엄친 횽이의 눈에 눈부신 하늘과 햇빛, 무지개가 펼쳐졌어요.
횽이는 자기도 모르게 하늘을 향해 팔짝 뛰어 올랐어요.
"횽아, 지금 네 몸이 파란 하늘 빛깔이야."
"횽아, 지금은 빛나는 황금빛이야."
"어머나, 지금은 무지개빛으로 빛나고 있어."
횽이의 목소리에 물고기 친구들이 몰려 들었어요.
"와, 빛깔이 변하는 물고기가 있네."
"맞아, 뛰어 오를 때마다 다른 빛깔로 반짝여. 정말 예쁘다."
횽이는 물고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더 높게 뛰어 올랐어요.
횽이의 몸은 푸른 하늘, 솜사탕 구름, 빛나는 햇살, 예쁜 무지개, 저 멀리 보이는 초록색 산까지 모두다 담고 있었어요.
"난 빛깔이 없는 물고기가 아니야."
"세상의 모든 빛을 담을 수 있는 물고기인 거야."
뛰어 오르는 횽이의 몸은 점점 더 하늘을 향해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