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심장으로 01
26살, 첫 수학여행.
발령 3년차이면서 비행기 타는 것이 처음인 나는 시커먼 남학생들 사이에서 다 아는 척 연기를 하고 있었다. 김포 공항으로 가는 법, 만나는 장소, 비행기를 탈 때의 절차 등 나 역시 모든 게 처음, 설레는 여행날이었다. 더구나 남중에서 2년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 예쁘기로 유명하다는 남고에 발령 받아 한창 첫 만남의 허니문*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놀이감이라고는 산과 들 뿐이었던 시골 출신인 내가 등산이라고 하는 것은 가볍게 달려 오를 수 있는 동네 뒷산이지 않았을까? (제주도가 처음인데도 용감하기도 하다.)
"쌔앰~ 쌤이 정상에 꼴등으로 들어 오면 귤 한 박스 쏘세요."
목소리마저 시커먼 남학생들이 제안하는 말에 픽 웃으면서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너희들이 내 체력을 모르는구나? 요놈들 아주 깜짝 놀라게 해줘야겠네 싶어서 앓는 소리를 하며 제안을 받아 들였다.
그런데.
윗세오름 코스를 오르는 다리가 너무 무겁다. 혹여 하는 마음에 체력을 키우려고 한동안 등산도 열심히 했는데, 너무 무리를 했던 걸까? 아니면 첫 수학여행 인솔이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아이들이 모두 도착하여 반 깃발을 한참이나 날리고 있을 때 턱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 쉬며 '역시 제주도는 무리였구나.' 생각했던 것 같다.
"너희들 귤 사주려고 쌤이 많이 봐 준 거야."
센 척을 해댔지.
그런데 수학여행을 마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숨이 턱 끝에 걸려 헉헉대는 일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운동이 정말 부족한 걸까, 아니면 살이 쪄서 그런 걸까? 마침 발이 안 들어가도록 발이 붓는 바람에 뭘 먹었다고 몸무게가 이렇게 불었나 고개를 한 두 번 갸웃했다.
야자 감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을 때, 모시던 부장님께서
"선생님, 요즘 내가 지켜보니 선생님 건강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아. 지금도 신발에 발이 안 들어가지? 병원에 가보는 게 어때?"
26살.
크게 아플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감히 하지 않는 나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몸에게 미안한 나이.
차일피일 병원 진료를 미루던 나를 차마 못 보시겠던지 공강 시간이 겹치는 어느날, 그 분의 차에 강제(!) 납치가 되어 건강 검진을 받게 되었다.
그때 나의 몸무게는 평소보다 10키로 불어난 55키로였다.
*교사-학생 간에도 허니문이 있다. 서로가 잘 보이려고 노력하며 본 모습을 숨기는 일정 기간. 학생이 엉결에 그 변화에 적응해 버리면 말도 안되는 변화의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