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받은 장소
제게 감동적인 장소는 학교입니다.
감사하게 성당이 있는 학교였고,
점심시간에 매일 미사도 있었습니다.
남편과는 본당 중고등부 교사회에서 처음 만났지만
알고 보니 같은 학교였고
특별한 만남의 시작은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기 힘들지만
매일 미사 시간이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온전히 미사를 위한 미사였는지
우연한 만남을 기대한 미사였는지
확신은 없지만
(물증은 없지만 심증은 있는...^^)
친해진 계기가 매일 미사였으니
신앙의 힘으로 맺어진 사이가 틀림없음을
둘이는 여전히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공부하는 일이 업이 되어
늦은 나이에도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흔적조차 없지만
뒷동산 어디쯤에 식목일에 함께 심은
장미묘목의 흔적이 있고,
아이가 풀밭에서, 운동장에서, 벚꽃 아래에서
학교를 놀이터 삼아 자라온 추억이 있고,
둘이서 시작했던 미사를
이제는 성가정을 이루어
셋이서 함께 드릴 수 있음이
그저 감사합니다.
시간은 훌쩍 흘러
딸아이는 어느새 그때의 우리보다
훨씬 더 커버렸지만,
학교에 가면 곳곳에서
20대 때의 우리 모습이
각자의 삶 속에 스쳐 지나간
추억 속 한 장면이 아니라
함께 나누고 공유하며
우리 가정의 삶과 신앙의
시작이며 현재이고 미래가 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합니다.
학교 성당에서
어느새 중년 부부로
그때의 우리 같던 딸과 함께
가끔 미사를 볼 때마다
여전히 제겐
기적이고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