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공간과 의미
<질문>
나는 집 안에 기도 공간을 어디에 마련하였나요? 그 장소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신앙 일기 첫날, 신부님께서 어떤 질문을 주실까 무척 궁금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첫 질문은 기도의 공간과 의미에 관한 질문이었습니다. 잠시 묵상하면서 '신부님께서 왜 이 질문을 첫 질문으로 주셨을까?’' 기도의 내용이나 시간도 아닌 기도의 공간이라니...''공간이 주는 중요성에 관해 말씀하시고 싶으셨을까?'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따로 기도의 공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제야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처럼 핸드폰을 켜고 매일 미사를 읽습니다. 앱이 생기기 전까지는 매일 미사를 가는 날에 겨우 매일 미사 책을 읽었는데... 앱이 생기고 더구나 코로나로 인해 매일 미사가 힘들어지면서 오히려 더 열심히 읽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출근길 전철 안에서 묵주기도를 드립니다. 꼬박 45분을 타고 가야 하니 30분 남짓 묵주기도는 전철 안에서 드리기에 딱 좋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매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힘든 날, 무엇인가 절실한 날, 혹은 아주 감사한 날 주로 드리게 되고... 그리고 바쁜 저녁시간을 보내고 나면 저녁기도는 대부분 자기 전에 누워 간단히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으로 지나치는 날도 많습니다.
기도의 공간을 생각하다 보니, 제 기도의 내용, 방법, 시간 등 도 저절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기도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정성을 기울이는 노력이 없이 그냥 일상 중에 내게 맞춰 그때 그때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을 내어 기도하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그나마 할 수 있어 다행이지’ 안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라도 매일 하는 게 어디야’ 하고 자만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기도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내가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을 때 골라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주님, 도대체 제 기도는 듣고 계신가요?’ ‘어차피 주님 원하시는 대로 하실 거면, 그냥 하루를 열심히 사는 것이 낫지, 꼭 기도를 해야 하나요?’라며 주님을 향한 원망만을 가슴에 품고 살았습니다.
오늘의 첫 질문인 기도 공간을 비록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기도 공간은 나의 노력과 애씀이 필요한 곳이며 그곳에서 내 뜻이 아닌 주님의 뜻으로 마련하고 기도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유난히 '마련하다'라는 구절이 가슴에 닿았습니다.
오롯이 신앙이 중심이 된 일기는 처음 써봅니다. 이 곳이 또 하나의 기도 공간이 되어 기도에 대한 노력과 애씀을 담아 주님 뜻대로 이끌어 주시는 대로 그 길에 함께 하길 기도드립니다.
신부님, 좋은 길로 이끌어 주셔서, 또 그 길에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