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이 돌아가시고 시골에 작은 아파트가 하나 남았다. 장모님을 앞서 보내시고 수십 년을 혼자 사시다가 가신 터라 아내는 그 집이 보기도 싫다며 빨리 처분하라고 했다. 팔고 나니 일억이 채 안 되는 돈이 남았다. 세 딸의 맏이인 아내는 한 치의 틀림도 없이 정확히 삼등분으로 나누어서 두 동생에게 유산을 분배했다. 집안의 대소사를 항상 맏딸과 의논하시던 장인이어서 아내가 자신의 몫을 더 주장할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다만, 맏사위라는 이유로 또,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자주 시골로 이것저것 음식을 나르고, 장인어른이 불편하시면 병원으로 모시고 다녔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나는 좀 섭섭하기도 했다.
옛이야기에 심마니인 세 친구 이야기가 있다. 셋은 여느 날처럼 깊은 산속으로 귀물을 찾으러 떠났다. 어느 골짜기를 지나다 보니 대규모의 산삼군락지가 세 사람의 눈에 띄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 군락지가 있어서 누군가가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자 김 서방이 선뜻 나섰다. 그러고는 온 힘을 다해 절벽 아래로 내려가 산삼을 캐서 바구니에 담아 올렸다. 몇 바구니나 캤는지 금방 망태에 산삼이 가득 찼다. 이제 김 서방이 그만 되었다면서 자신을 올려달라고 했으나, 위에 있던 두 친구는 딴 마음이 들었다. 그만 김 서방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절대 올라올 수 없는 계곡에 남겨두고는 가 버렸다. 상심한 김 서방은 어쩔 수 없이 살 방도를 찾아보았으나 길이 없었다. 다행히 산삼군락지여서 산삼을 캐 먹으며 몇 날을 버텼다. 그러자 어느 날 커다란 이무기 한 마리가 꼬리를 절벽 아래로 드리웠고 김 서방은 뱀의 꼬리를 잡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산 중턱에서 두 심마니의 하얀 백골을 발견했다. 산삼이 담겨있는 망태기는 옆에 곱게 놓여 있었다. 김 서방은 산삼을 거두어서 두 집에 골고루 나누어주었다. 자신은 한 뿌리 두 뿌리씩 캐어다가 팔아서 부자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욕심이 가져온 결과가 무참하다. 두 심마니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세 사람은 근심 걱정 없이 잘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욕심은 화를 불러왔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욕심 부리지 말고 살아라, 라는 교훈을 준다. 하지만 옛이야기의 교훈은 항상 더 심오하고 깊다. 김 서방의 나눔에 그 깊은 뜻이 있다. 만약 김 서방이 산삼을 가지고 내려와서 자신만 잘 살았다고 해 보자. 아마도 두 심마니의 아들들은 평생 원한을 가지고 살았을 것이다. 김 서방이 자신들의 아버지를 어떻게 하지 않았나, 하고 의심의 시선을 보냈을 게 뻔하다. 그랬다면 김 서방은 마음이 편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 서방의 나눔과 배려로 두 집은 부잣집이 되었고 그 집의 아들들은 평생 김 서방을 은인으로 알고 살았다. 나눔의 마음이 세 집을 다 살렸다.
돈을 보낸 다음 날 아래 동서가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은 그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 지금껏 장인어른을 모시고 다닌 형님의 정성이 대단하다, 그러니 일부를 보냈다, 는 전화였다. 아내는 아래 동서에게서 받은 돈과 유산으로 받은 돈을 모조리 나에게 주었다. 수십 년 지난 털털거리는 차를 운전하면서도 군말없이 시골로 다닌 대가라며 중형차 한 대 값을 내놓았다. 나는 졸지에 생각지도 못했던 새 차를 한 대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