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망착호 藁網捉虎
지난주에 대학교 정시 모집이 끝났다. 아이들의 미래를 정하는 일이어서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적성을 찾아서 가면 될 일이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성적이 최상위권이라면 입맛대로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를 선택해 갈 수가 있고 서울에 있는 소위 일류대학이라면 학과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요즘엔 의학 계열이라면 지방도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성적은 고만고만한데 취직이 잘 되는 인기 학과에 가자면 소위 상위 대학을 포기해야 하고 상위 대학에 가자면 인기 학과는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래서 원서마감날까지 눈치작전을 벌인다. 아무래도 지원율이 낮으면 합격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몇몇은 아예 성적이 안 되면서도 명문대 인기 학과에 지원한다면서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간혹 합격하는 예도 있기는 하지만, 잘 알다시피 매우 드문 일이다.
『패관잡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세속에서 재주 없이 우연히 급제하거나 생원(生員)ㆍ진사(進士)에 합격한 자를 두고 말하기를, “짚그물[藁網]로 호랑이를 잡았다.” 한다. 관찰사 홍서주(洪叙疇)는 찬성(賛成) 홍숙(洪淑)의 아들로 소년 급제하였다. 방(榜)이 나오는 날에 판서 한형윤(韓亨允)이 가서 찬성에게 치하하기를, “공의 집 짚그물이 어떻게 썩지 않았는가.” 하였으니, 이는 찬성 부자가 모두 우연히 과거에 급제한 것을 말함이었다. 그러나 관찰사가 몇 해도 안 되어 옥당(玉堂)에 뽑혀 들어가서 휴가를 주어 글을 읽게 하니 당시에 훌륭한 이름이 났으니, 어찌 짚그물로 호랑이를 잡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푸라기로 만든 그물이라니 엉성하기 짝이 없겠다. 그런 그물에 걸리는 호랑이라면 지독하게 운이 없는 호랑이거나 늙어 힘이 빠져 곧 죽을 운명에 있는 호랑이가 아닐까. 거꾸로 그런 그물을 만든 사람의 처지에서는 뜻하지 않은 복이 굴러들어 온 셈이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호랑이를 잡았으니, 이거야말로 천운이라 하겠다. 그러니, 알다시피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조선시대(1500년대)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적어놓은 걸 보면 정말로 운 좋게도 과거에 합격한 이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말처럼 우연히 부자가 과거에 합격했는지 살펴볼 일이다. 글에 나오는 홍숙은 관찰사를 지낸 후 형조판서와 예조판서를 지냈으며, 그의 아들 홍서주가 나중에 왕의 자문역할을 하던 옥당(홍문관)에 뽑혀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충청도 관찰사를 지낸 걸 보면 부자의 학문이 얼마나 출중한지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판서 한형윤이 홍숙의 집안을 얕잡아 보았거나 둘의 관계가 좋지 않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만약 그 두 가지 이유가 아니라면, 한 가지 이유가 남겠다. 한형윤에게는 홍숙의 아들 서주처럼 과거급제한 아들을 두지 못했음이 아닐까?
그나저나 우리 반 아이들이 지푸라기 그물로 호랑이를 잡는 고망착호藁網捉虎의 운이 따라주기를 바라지만, 그렇게 잡은 호랑이라면 호랑이의 위엄을 갖추지 못했을 것이 뻔하지 않은가. 요행을 바라기보다는 스스로 가장 재밌어하고 좋아하는 과를 선택해서 미래를 펼쳐나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