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리는 플랫폼 구조를 넘어서 큐레이션 마저 한 획을 그었다. 리서치를 하는 나에게 소름이 끼칠 정도의 큐레이션 전략이라고 생각이 된다.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이 ‘상품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고민할 때, 에이블리는 ‘보여주는 방식 자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전략은 단순한 UI 개선이나 추천 알고리즘을 넘어, 플랫폼의 구조를 큐레이션 중심으로 짜는 작업이었다. 당시에는 낯설었지만, 지금 그 방식은 버티컬 커머스 시장에서 에이블리만의 감각적 경험과 선순환 생태계를 만든 핵심 차별점이 되고 있다.
이 글은, 에이블리가 어떻게 큐레이션을 기술이 아닌 구조로 설계했는지,
그리고 왜 그 전략이 지금 더 빛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에이블리는 플랫폼 초기에 셀러 중심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하며 상품 확보에 성공했다.
하지만 상품이 늘어날수록 더 중요한 질문이 등장한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에이블리는 이를 단순한 UI/UX나 추천 알고리즘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 전략의 핵심 축으로 다뤘다. 쇼핑은 이제 소비자의 '선택'이 아니라 '탐색'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들이 시도해온 큐레이션은 '전시'에 가까웠다. 인기 상품을 묶고, 계절 트렌드에 맞춰 기획전을 만들며, 타깃 고객군에 따라 추천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고객을 '비슷한 무리 중 하나'로 분류하고, 집단 기준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정적인 전략이다.
반면 에이블리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취했다. 큐레이션을 소비자 경험의 편의성 향상 도구로 보는 게 아니라, 플랫폼 구조 자체를 재정의하는 전략 수단으로 삼았다. 기술 중심의 실시간 개인화를 통해 '당신에게 맞는 상품'을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제공하며, 유저의 탐색 행태 자체를 바꾸는 데 집중했다.
에이블리는 데이터를 통해 흥미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한다.
고객들은 에이블리 앱을 단순히 쇼핑몰처럼 쓰지 않는다.
패션 잡지를 넘기듯, 다양한 스타일을 탐색하며 영감을 얻는 감각적 경험을 추구한다.
이는 아마존식 추천 모델, 즉 '비슷한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에이블리는 이 지점에서 기술 선택이 아닌, 기술 설계의 방향을 바꿨다.
에이블리는 외부 추천 엔진(AWS Personalize 등)을 테스트했지만 곧 한계를 느낀다.
단순 유사 상품 추천은 고객에게 깊은 만족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에이블리는 딥러닝 기반 자체 취향 추천 모델을 개발했다.
유저의 행동, 찜 이력, 리뷰, 구매 전환 패턴 등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슷한 취향을 가진 유저들의 데이터를 교차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화시킨 것이다.
그 결과:
메인 홈화면부터 상세페이지, 장바구니까지 모든 노출이 개인화됨
유저마다 완전히 다른 앱 화면 구성 제공
기존 대비 구매 전환율 최대 4배 상승
에이블리의 큐레이션은 단지 소비자 경험의 혁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추천 시스템이 셀러 생태계 유지와 확장에도 직접 연결된다.
다양한 마켓과 상품이 존재하는 에이블리에서, 큐레이션은 셀러의 상품이 묻히지 않게 해주는 생존 장치가 됨
신규 상품·카테고리 추가 시 발생하는 콜드 스타트 문제도 완화
추천이 잘 작동할수록 셀러의 성공률도 올라감 → 에이블리 파트너스 선순환 구조 강화
즉, 에이블리의 큐레이션은 유저 경험과 셀러 생태계를 동시에 연결하는 전략 도구다.
대부분의 커머스가 '상품을 얼마나 확보했는가'에 집착할 때,
에이블리는 '고객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
그 결과:
에이블리는 패션 잡지 같은 무한 스크롤 기반 콘텐츠 커머스로 진화했고,
AI 추천을 쇼핑 경험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으며,
셀러와 고객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버티컬 커머스에서 큐레이션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에이블리는 그 구조를 가장 정교하게 설계한 플랫폼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