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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vs 카카오 SM 인수전 분석

전략기획

by 김준성

2023년 상반기,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는 단연 SM 인수전이었다. K-POP 1세대를 이끈 SM엔터테인먼트를 두고 하이브와 카카오가 맞붙었다. 그리고 모두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 콘텐츠 제작사 하이브는 인수를 중도 포기했고, 플랫폼 기업 카카오는 무리한 프리미엄을 감수하며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두 기업은 왜 서로 다른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이 선택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사진: KBS


왜 SM 인수전은 벌어졌는가?

이 인수전은 단순한 인수합병(M&A)이 아니었다. SM 내부의 경영권 분쟁이 촉발한 구조적 갈등이었고, 그 중심에는 '이수만'과 '현 경영진'의 대립이 있었다.

당시 SM의 최대주주였던 창업자 이수만은 하이브에 지분을 넘기며, SM 경영권 분쟁에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를 택했다. 반면, SM의 현 경영진은 얼라인파트너스와 연대해 '이수만 퇴진'과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며 맞섰고, 이 과정에서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SM 경영진은 'SM 3.0'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는

이수만 개인 중심의 제작 시스템 탈피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

글로벌 사업과 IP 확장의 다각화 전략 등을 포함한 기업 구조 혁신 선언이었다.

즉, 이 인수전은 단순한 기업 간 M&A가 아니라,

SM 창업주 vs 현 경영진,

콘텐츠 기업(하이브) vs 플랫폼 기업(카카오),

전통 제작 시스템 vs 체계적 기업 운영 모델의 대립이 복합적으로 얽힌 복수의 전선이 겹친 전쟁이었다.

이 복잡한 배경 속에서 하이브와 카카오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고, 그 전략의 차이가 결과를 갈랐다.

사진: 서울경제


하이브는 왜 인수를 포기했는가?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려 한 이유는 명확했다.

SM이 보유한 아티스트 IP와 제작 인프라 확보

글로벌 팬덤 및 수익 다각화

경쟁사 선제 견제

하지만 인수 시도는 여러 차례 리스크에 부딪혔다.

SM 내부 경영진과의 갈등 및 지분 구조 불확실성

공정위 심사 및 시장 독점 우려

팬덤과 시장의 비판적 여론

무엇보다도, 하이브는 인수 경쟁이 격화되며 프리미엄 리스크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하이브는 본질적으로 IP를 내재화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는 회사다. 인수보다 내부 역량 강화와 자사 플랫폼 확장에 집중하는 쪽이 수익 대비 효율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이브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무리하지 않았고, 빠르게 물러났다. 그리고 이 결정은 시장에서 '합리적 후퇴'로 받아들여졌다.




카카오는 왜 무리하면서도 인수를 강행했는가?

카카오의 입장은 달랐다. 카카오는 이미 멜론,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엔터 등을 통해 콘텐츠 시장에 진출해 있었지만, '콘텐츠 생산 자체'에 대한 통제력은 없었다.

SM 인수는 카카오에게 다음과 같은 전략적 가치를 의미했다:

콘텐츠 IP 확보로 수직계열 완성

글로벌 팬덤 기반의 커머스·광고·플랫폼 수익 모델 확장

카카오 유니버스의 핵심 콘텐츠 거점 확보

즉, SM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카카오가 ‘콘텐츠-플랫폼-기술’을 수직적으로 연결하기 위한 전략적 퍼즐이었다.

당시 카카오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 투자청(GIC)으로부터 약 1.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직후였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 여력은, 고가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수하면서도 인수를 밀어붙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카카오는 결과적으로 경영권 프리미엄과 공개매수 비용까지 감수하며 인수를 강행했다. 이는 단기 손실보다는 장기 구조 설계의 이점을 선택한 결정이었다.




같은 인수전, 다른 본질

이 인수전은 두 기업의 전략적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하이브.jpg

하이브는 내부 집중형 전략, 카카오는 생태계 확장형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인수는 '누가 사느냐'보다 '왜 사느냐'다

SM 인수전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기업 전략과 정체성의 차이를 드러낸 장면이었다.

하이브는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IP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며, 위버스와 같은 플랫폼에서 팬 경험을 통제한다. SM 인수는 확장성이 있지만, 하이브 입장에서는 중복 투자가 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반면 카카오는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기보다는 보유하고 연결하는 구조를 설계해왔다. SM은 단순한 자회사 그 이상으로, 카카오 유니버스의 콘텐츠 중추로 설계될 수 있는 자산이었다.

결국 이 인수전은 숫자의 승패보다, 전략의 차이로 판가름 난 싸움이었다.

하이브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고, 카카오는 무리한 선택을 전략으로 바꾸었다.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건,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라는 사실을 이 인수전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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