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야놀자는 숙박 예약 앱 아니야?”
그동안 야놀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모텔이나 호텔 예약 플랫폼으로 인식되어 왔다. 앱을 켜고 날짜를 고른 뒤 예약을 누르면 끝나는, 단순한 소비자용 OTA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야놀자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예약 플랫폼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글로벌 호텔 산업의 ‘운영 체계’를 디지털로 바꾸는 SaaS 기업으로 스스로를 재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비자의 예약 행동을 넘어서, 호텔과 리조트의 내부 시스템 자체를 장악하려는 전략이다.
왜 이런 전환을 시도하는 걸까? 그리고 실제로 어떻게 실행하고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야놀자의 글로벌 SaaS 전략을 비즈니스 모델 변화, 성장 전략, 리스크 요인 중심으로 분석해본다.
국내 숙박 예약 시장은 이미 정체 국면에 들어섰다.
OTA 간 경쟁 심화로 인해 쿠폰, 할인, 광고 등 프로모션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으며, 이는 낮은 마진 구조와 맞물려 수익성을 더욱 압박한다.
고객 락인 효과도 약해, 최저가에 따라 앱을 옮겨 다니는 ‘유목민 소비자’가 많다.
→ 이런 조건에서는 단순한 B2C OTA 모델로는 장기적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
호텔, 리조트, 펜션 등 숙박업계는 아직까지 운영 시스템의 디지털화가 더딘 분야다.
특히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에서는 PMS(객실 운영), 예약, 고객관리 등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
기존 글로벌 OTA들은 예약 중개에만 집중할 뿐,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은 드물다.
이 분야의 SaaS는 시장 진입 장벽은 낮지만, 선점 효과와 락인 효과는 매우 강하다.
→ 야놀자는 기존 OTA들이 놓친 ‘호텔 내부 운영의 디지털화’ 시장을 먼저 공략하며, 클라우드 기반 숙박 운영 인프라 시장에서 초격차를 만들려는 전략이다.
야놀자 앱을 분리하고, B2B 중심의 ‘야놀자클라우드’를 주축으로 삼음.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약 2,000억 원 투자 유치 → 글로벌 SaaS 확장 자금 확보
플랫폼 기업이 아닌 기술 기업으로의 포지셔닝
실제 성과: 야놀자 클라우드의 성장세(출처: 에너지경제신문, 2024.11)
2024년 3분기 기준, 야놀자의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912억 원,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
5분기 연속 전년 대비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
전체 매출 대비 클라우드 부문 비중은 30.54%,
이는 2023년 3분기 22.6% 대비 약 35% 증가한 수치
인도 eZee Technosys, 중국 산하정보기술, Innkey PMS 등 주요 호텔 솔루션 기업 인수
이미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을 가진 기업들을 사들여, 시장 진입 장벽 극복 + 로컬화 확보
예약, 객실 배정, 가격 정책, 고객 CRM, 키오스크, 챗봇, 룸 컨트롤 등
호텔 입장에서 야놀자는 더 이상 단순 OTA가 아니라, ‘Full-stack 운영 시스템’ 공급자
동남아, 중동 등 디지털 전환이 더딘 국가부터 선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및 두바이 관광청과 MOU 체결
현지 운영 시스템을 장악하면 OTA는 자동으로 따라온다는 전략
예약 플랫폼은 교체 가능하지만, PMS·ERP 등 운영 시스템은 쉽게 바꿀 수 없다.
장기적으로는 야놀자가 호텔의 인프라가 되어, 고객 유입 + 운영 자동화 + 수익 관리까지 독점하는 구조.
예약 데이터 → 수요 예측 → 가격 최적화 → 대출·보험 등 호텔 대상 금융 비즈니스 확장 가능
향후에는 마이크로 금융·정산·후불결제 등 핀테크 연계 BM도 충분히 가능
국내 OTA는 기업가치 한계가 있으나,
글로벌 SaaS 기업 → 유니콘 밸류에이션 + 글로벌 진출 스토리 확보
야놀자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 확장이 아니라, 상장/투자 관점에서 핵심 성장 동력
야놀자는 더 이상 단순한 숙박 예약 앱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호텔 운영 전반을 장악하는 클라우드 SaaS 기업으로 도약 중이며,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야놀자는 “한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B2B SaaS 유니콘”이라는 희귀한 케이스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산업 확장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전환의 교과서 같은 사례로 남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