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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이지상 Mar 08. 2019

삶이 전투라서 오키나와로 떠난다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 보다 더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삶이 전투라서 오키나와로 떠난다 


 누구의 삶이나 예측불허겠지만 특히 프리랜서의 삶은 종잡을 수 없다. 할 일이 없어 방바닥을 뒹굴다가도 폭풍우처럼 일이 몰아치면 정신을 못 차린다. 한가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존재 자체가 부담이 되고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 세상 아닌가? 늘 살 궁리에 머리가 바쁘다. 그러나 막상 숨이 가쁠 정도로 바쁠 때는 도망치고 싶어 진다.

 2016년 2월 말이 그랬다. 조카와 함께 오키나와 여행을 마치고 오니 갑자기 글과 강의 청탁이 밀려들었다. 처음에는 신바람 났다. 열심히 했다. 우리에 갇힌 곰처럼 방에서 끙끙거리며 아침부터 밤까지 글을 쓰고 피피티(PPT) 파일을 만들었다. 보람도 있었지만 휴일 한번 없이 세 달 정도 그러니 뇌가 과열되어 버렸다. 잠이 안 왔다. 12시쯤 선잠이 들었다가 새벽 2, 3시 무렵에 깨면 계속 잠을 못 잤다. 아침에 눈뜨면 다시 일했다. 사는 게 전투였다. 입에서 똥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삶이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저녁 먹고 나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면 뱃속에서 짜증이 일었다. 늘 하던 운동도 하지 못하니 뱃살도 불었다. 젊을 땐 거뜬히 해치웠는데 나이 든 것을 실감했다.

 우울해졌다. 어디론가 가서 숨고 싶었다. 얼마 전에 갔다 온 오키나와의 어느 섬에서 실신해버리고 싶었다. 떠나자. 살고 봐야지.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 중에도 휴가는 있다.

 충동적으로 비행기 표를 검색해보았다. 저가 왕복 항공권이 18만 8천 원, 얼씨구나 싸다! 후다닥 비행기 예약을 하고 인터넷으로 숙소도 예약하고 나니 아뿔싸, 5월 중순부터 오키나와는 장마철이라네. 휴우, 저가 항공권이다 보니 환불 불가. 주간 예보를 보니 오키나와 본섬과 이시가키 섬은 내내 우산에 빗줄기만 보였다. 젠장, 우울감이 덮쳐왔다.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파란 하늘과 멋진 비치가 아니면 어떠랴. 이곳에서 도망치는 것만 해도 좋지. 비행기 표를 끊은 지 이틀 만에 비행기를 탔다. 짐도 대충, 허겁지겁 쌌다.

 “나 좀 갔다 올게”

 갑작스러운 내 말에 아내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늘 그렇게 떠났던 적이 많았으므로. 다행히 떠나는 날, 인천 하늘은 맑았다. 은빛 비행기 날개 위로 햇살이 가득했다. 카푸치노 한 잔을 마시니, 울다 지친 아이처럼 깊은 한숨이 나왔다. 뼈가 녹는 것처럼 달콤했다. 그렇게 2주일간의 자유로운 오키나와 여행이 다시 시작되었다.  


(나는 오키나와 여행을 세 차례 했었다. 조카와 함께 2016년 2월 초 2주일간, 오키나와 본섬과 야에야마 제도의 섬들을 처음으로 여행했었다. 두 번 째는 2016년 5월 중순에 2주일간 내 혼자서 오키나와 본섬과 야에야마 제도의 섬들을 여행했었다. 세 번 째는 2019년도 1월 초에 5박 6일간, 아내와 오키나와 본섬을 여행했다.


 이 브런치 여행기는 여행 순서 보다도 주제, 소재에 따라 세 여행의 경험이 뒤섞일 것이다. 간간이 예전 여행의 기억과 역사적 자료에 대한 이야기들도 섞이고 전쟁의 아픔도 다룬다. 사진과 동영상은 되는 대로, 기분대로 섞는다.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보다 더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것 같다. 이런 재미에 비행기를 자꾸 탄다.


하늘로 솟구쳐 다른 세계로 가는 기분!




위의 내용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내용, 다른 분위기의 팟빵 방송은 아래를 클릭하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1770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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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마음으로 읽으시고 


댓글은 안 달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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