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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이지상 Mar 14. 2019

어떻게 해야 글쓰기를 잘 할 수 있어요?

여행 글쓰기는 과연 쉬울까?

 나는 지금까지 책을 25권 냈다. 

30여 년 전부터 여행을 시작해 수많은 매체에 기고를 해왔지만 가장 행복할 때는 책이 나올 때였다. 신문, 잡지에 글 쓰는 것이 작은 소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면 책을 쓰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 그만큼 큰 기쁨이 있고 반면에 큰 고통이 따른다. 대부분 내가 쓴 책은 여행기, 여행 에세이, 여행 산문집, 가이드 북등이고, 얼마 전에 나온 '중년 독서'만 조금 다른 책이다. 여행만 다인 줄 알고 살아왔던 내가 중년의 허무함과 피로함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준 책들을 소개한 책이다. 중년들에게 필요한 책이 아니라 '내가 중년에 들어서 읽고, 도움을 받은 책'이란 의미니 젊은이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사실, 나는 글을 전문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 나의 대학 전공은 정치학, 부전공은 경제학, 대학원 전공은 사회학이다. 글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책을 25권이나 냈을까? 30년 동안 쉬지 않고. 

 글의 기교를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쓰지 않고는 못 배길 수많은 경험, 갈등, 고통이 가슴속에 배어 있어서였다. 그것이 뚫고 나오지 못하면 내가 미칠 것만 같아서였다. 구라가 아니다. 



 30년 전에 만 30세를 넘겼을 무렵,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배낭을 메고 세계로 뛰쳐나갔을 때, 세상을 다 말아먹을 패기로 여행했었다. 그러나 삶을 살아오며 이런저런 고비를 겪었고,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고 병에도 시달렸다. 그리고 이 세상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고민과 갈등이 많았다.

 나에게 글을 쓰게 한 것은 그런 고민과 갈등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여행의 경험은 그저 2할 정도의 역할?  세상에는 수없이 여행한 사람은 많아도 치열하게 쓰고, 책을 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경험이 많다고 책을 쓰는 게 아니다. 고민과 고통, 슬픔과 한 이 많아야, 그리고 오기와 집념이 있어야 글을 쓴다. 그게 글 쓰는데 8할이다. 그러므로 그런 것이 많은 사람들은 적어도 '글쓰기에 관한 한'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행복한 사람들은 즐겁게 말로 풀고 끝낸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세상의 온갖 고통과 고민을 다 안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럼 거짓말이지. 나는 어찌 보면 엄살쟁이다. 이 세상에는 진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걸 나이 들어가며 점점 깨달았다. 물론 그 고민 고통이 거짓은 아니었고 다만 주관적으로 자신에게 힘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만큼 내 마음이 약하거나 예민하거나 자의식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어찌 되었든 글 쓰는 사람은 예민하다. 그런 이야기들은 내가 이미 쓴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이나 '언제나 여행처럼' 그리고 '여행가'란 책에 많이 써서 되풀이할 필요는 없다.


 이 매거진의 초점은 여행 글쓰기다.  그 과정에 대한 글은 몇 년 전에 나온 '여행작가 수업'에 자세하게 썼다.  그 책은 상상마당에서 '여행작가 수업'을 몇 년 넘게 진행하면서 축적된 것을 모아서 낸 책인데, 여행 글쓰기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익하리라고 생각하지만 많이 안 팔렸다. 많이 안 팔린 책을 여기 홍보해서 더 팔아먹으려는 전략으로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책이 서점에도 없을 것이고 절판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살다 보니... 도서관에 가면 책이 있을 것이다.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만 이 브런치에 오는 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여행작가 수업' 책에는  여행 기록, 글쓰기 요령, 문장의 법칙, 책을 내는 요령, 출판사와의 접속, 계약서, 인세 문제, 표절 문제 등 여행이 책으로 나오는 과정의 모든 것을 다루었는데 본격적으로 필요한 분들은 그 책을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꼭 여행기가 아니더라도 출판 과정의 전반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내 마음도 변하고 세상도 변했다. '여행작가 수업'에 썼던 내용은 그 시절의 이야기이고 요즘에는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 싣는 이야기는 '여행작가 수업' 책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전체 골격은 비슷해도 새롭게 이야기를 하고 나의 변한 생각도 새롭게 집어넣고 싶어 진다. 

 앞으로도 여행과 글을 화두로 나머지 여생을 살아갈 나로서는 여행, 글쓰기가 밥벌이를 위한 도구, 기획, 전략적 차원을 넘어서 자기 삶을 이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진다면 한결 세상을 살아가는데 서로 힘이 날 것 같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어요?’

 상상마당에서 5년 동안 여행 작가 강의를 하면서 종종 들었던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어쩌면 해답이 없을 수도 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이 무엇이지?' 

 나는 우선 그것부터 잘 모른다. 그런 대답은 나중에 모색해 보기로 하고,  일단 내가 잘 아는 여행기를 돌아보자.


 여행기는 쓰기 쉬워 보인다. 소설처럼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않고, 경험을 ‘본 대로, 느낀 대로’ 옮기면 되는 것 같다. 그러나 객관적 현실과 주관적 생각을 제한된 지면에 녹여 넣는 일이 쉽지는 않다. 

 또한 누구나 여행하고, 누구나 글을 쓰는 세상에서 자신의 경험을 일기장 식으로 풀면 주목받지 못하게 된다. 수많은 여행기 원고들이 출판사에 투고되지만 쓸 만한 것은 별로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글을 잘 쓰냐, 못 쓰냐의 차원에서만 보면 답이 나오질 않는다. 작품성, 사회성, 상품성이 있어야 출판될 가능성이 많다. 진솔한 마음, 글과 책에 대한 이해, 시대적 상황, 출판 시장 등 여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여행을 많이 했다고 좋은 여행기를 쓰는 게 아니다. 여행은 여행이고 글은 글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에 대한 법칙을 알아야 하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여행과 글을 통해 부자가 되고, 유명인이 되는 것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말리고 싶다. 여행이나 하고 글이나 쓰면서 한량처럼 살고 싶다는 사람도 꿈을 깨 주고 싶다. 혹시라도 그런 유혹이 있다면 그거 다 거짓말이다. 책 한 권 쓰기 위해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하고, 그래도 잘 안 되는 세상인데 그런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면 안 된다. 그런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성실하게 땀 흘리는 사람에게도 희망이 있을까 말 까다.

  다만 자유롭게 여행하고 은밀하게 글 쓰는 가운데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자신의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의 꿈을 키워갈 수 있다는 말은 할 수 있다.

 돈 버는 법? 무슨 책이 많이 팔리나요? 

 그런 것은 나에게 묻지 말아 달라. 그걸 알면 내가 쓰지, 여러분에게 말해주겠나? 그런 1급 기밀을?

 나도 모르고, 출판사 사람들도 헤맨다. 요즘 세상이 너무 급변해서다. 자, 그러니 그런 것은 서로 괴롭게 묻지 말고, 모른 체하면서 글쓰기 이야기나 하자.  30년 동안 나는 그런 자세로 내 삶을 이끌어 왔다. 그러니 믿어달라. 돈을 벌지 못한 사람의 말이라고 거짓말은 아니니까. 

 내 삶을 다 던지며 시작했던 여행과 글이었다. 한때 희열을 느꼈고, 또 한때 고통스러웠지만 다시 돛을 올리고 떠난다. 어디로? 나도 모르겠다. 그냥 가는 거다. 항해가 나의 삶일지니...    


 앞으로 여행과 글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이미 책도 많이 냈으니 그냥 침묵하고 살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갖고 있으면 뭐하나? 이렇게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브런치라는 좋은 장이 펼쳐져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다 풀고 죽어야지.

 내가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최대치가 10년 정도일 것이다. 그 이상은 눈 아프고, 목 아프고, 허리 아프고, 어지러워서 못할 것이다. 인생을 카운트 다운하며 살고 있다. 짜릿하다. 미치고 환장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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