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주부, 인생반전,! 무한도전!

경단녀 재취업 도전 - 인생 리모델링

by 수정중

"오늘 시간 되면 차 한 잔 해요."

"호호호. 좋아요!"


아주 오랜만에 지인이 연락을 했다. 만나자마자 내가 물었다.


“지금쯤 워킹맘으로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무슨!”


지인은 남매를 둔 50대 주부다. 큰아들은 국비장학생으로 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늦둥이 딸은 초등학생이다. 남편은 조만간 퇴직을 염두(?)하고 있다고 했다. 지인을 통해 상황을 대략 들어보면 퇴직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가까웠다.


지인과 만나면 반드시 나오는 소재(?)가 있다. 늦둥이 딸 이야기다. 딸이 없는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딸을 키우는 행복에 관해서다. 나는 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행복했다. 가끔은 딸과 함께 만났는데, 그때마다 느끼지만 딸이 주는 행복만큼 걱정도 많아 보였다. 이를테면, 늦은 나이에 얻은 귀한 자식이기에 그만큼 부담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인의 말이다.

“앞으로 돈 들어갈 날이 한참 남아서 걱정이 된다.”


내가 아는 지인은 차분하면서 진중한 성격이다. 앞장서서 일을 만들거나 추진하는 성격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포지션을 잘 찾아내고 묵묵하게 일을 해 내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를 나는 무척이나 신뢰한다. 그래선지 그녀가 말 한마디를 해도 마음에 와닿고 귀로 듣는 게 아닌 마음으로 듣게 된다.


몇 년 전 지인은 처음으로 재취업을 이야기했다. 나는 그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라면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접한 소식은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과를 다닌다는 것이었다. 이후 지인이 사는 아파트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쯤 사회복지사가 되어서 어딘가에서 열심히 일을 하겠지'


지금 만나보니 지인은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지인 말에 의하면 죽기 살기(?)로 공부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과정 중 현장 실습이 좀 힘들었지만 나름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졸업 후 여기저기 이력서를 낸 것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50대’라는 나이가 걸림돌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왜냐하면, 면접장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누가 보아도) 자신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젊고 활기 있는 구직자들인 것이다. 공부할 때는 모든 게 가능해 보였는데, 면접장에서는 매번 불가능을 맛보았다고 했다.


한 면접장에서 겪은 일이라며 이야기했다.


“그날도 나만 50대 아줌마였어.”

“아!”

"글쎄! 면접장에 나만 정장 원피스를 입고 구두를 신고 온 거야!"

"다른 사람들은요?"

"다 운동화를 신고 왔더라고!"

"아!"


예상대로 면접에서 떨어졌다. 지인은 계속 말했다.




"자격증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준비가 안된 거였지."

"왜요. 정말 열심히 하셨잖아요."

"그니까. 그게 문제였어.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닌데. 나는 사회복지사를 원했지만 세상은 나를 원하지 않아. 특히 50대는!”

"아!”

"일단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해. 나는 취업 마인드가 옛날에 머물러 있었어. 얼마나 치열한지. 운동화를 신고 달려도 어렵다는 걸 몰랐던 거야.”

"아!"


그날, 나는 연거푸 "아!"만 외치고 헤어졌다.


그렇다. 사실 이렇게 깨닫기만 해도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닐까? '운동화 한 켤레'에 취업 마인드를 바꾸었으니 말이다. 다음에 만나면 또 어떤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지인의 취업 도전기는 계속될 것이기에! 오늘도 그녀를 뜨겁게 응원한다.




50대 주부로서 세상에 다시 얼굴을 내민다는 것. 그것이 무슨 일이든 간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참으로) 그렇다. 그래도 지금 안 하면 영원히 시작을 못 할 것 같고, 죽기 전에 가장 후회할 일로 남을 것 같아서 (매일매일) 글을 쓰고 있다.(어떨 때는 그냥 테이블에 멍 때리며 앉아 있다.)


그래도 주눅이 들 때가 참 많다. 그럴 때마다 마음잡기를 해 본다. 나는 100m 달리기를 하는 출발선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눈앞 10m, 20m, 30m 전에 나의 경쟁자가 이미 달리고 있는 상상을 한다. 그 광경을 보면 내 마음은 조급해지고 지금 달려보았자 뒤쳐질 것도 알기에 포기하고 싶어 진다. 그러나 그걸 인정하고 달리면 한결 마음이 가볍다.


세상에 1등만 잘 사는 것이 아니다. 2등, 3등도 잘 살고 있다. 이것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의 차이다. 그래서 그 기준선을 내 앞으로 이동시키면 된다. 곧, 내가 뛰는 곳이 출발선이 되게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것을 심어서 거둔 나이. 50대. 그 이름 주부. 생명을 낳아 성장시킨 그 긴 세월에서 이뤄낸 공이 이미 셀 수 없이 많이 있다. 그러니 달려가는 세상에 주저 말고 지금이라도 힘껏 달려보자.


'운동화 끈 질끈 동여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