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샀다고 해! 여친한테는 말하지마!”

아들 여친과 친해지는 마음가짐

by 수정중

“엄마, 저랑 같이 백화점 좀 가실래요?”

“그래. 근데 왜?”

“여친 선물을 뭘 사야할지 모르겠어요.”

“…”


아들은 3년째 연애중이다. 아들 여친은 직장인인데 아들은 대학원생이다. 가만히 보면 학업과 연애를 병행하는 아들이 대견스러울 때가 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여친을 만나기위해 발버둥치는 것 보면 더 그렇다. 사랑에 빠진 남자라면 당연할텐데 그래도 가끔은 아들도 힘에 부치는지 다크서클이 더러 보인다. 연애를 하면 여자는 이뻐진다는데 아들을 보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년 전 아들 여친을 처음 만났다. 가족 셋이 저녁식사중이었는데 아들 여친이 곧 그 곳에 온다는 것이다. 필자는 아들 여친과의 준비없는(?) 만남에 긴장까지 했었다. 또, 무슨 말을 해야할지 적잖이 고민했었다. 첫만남은 다 그런가?


“00아!(아들과 여친은 교회에서 만난 동갑내기 친구다.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름을 불러주기로 시작했다) 너는 참 손해다. 남친이 직장인이면 너한테 좋은 선물도 해 줄텐데. 학생이라서 비싸고 좋은 선물을 못해 주는 것 같아!”

“까르르르. 아니에요. 괜찮아요!”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아들, 이 립스틱 선물해봐. 아가씨들은 이 브랜드를 다 좋아할 것 같아! 엄마가 사줄테니까!”

“엄마! 저 이거 살 돈은 있어요.”

“니가 샀다고 해! 여친한테 말하지말고.”

그렇게 나는 아들 여친에게 아무도 모르게 첫 선물(?)을 했었다. 아들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필자가 즐겨하는 취미 중 프랑스자수가 있다. 몇 년 전에 배웠는데 마음 정화할때 참 좋다. 머리 속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허할때 바느질을 하면 숨고르기가 잘되기 때문이다.



최근에 시작한 자수는 정확히 말하면 이태리 메디치가문의 자수다. 이 메디치자수를 놓은 에코백 만들기를 시작했다. 자수를 놓는 것부터 가죽 손잡이를 달아야 하는 모든 제작 과정에 기계바느질이 없이 손바느질로 완성해야한다. '한 칸 한 칸' 실을 꿰어 움직이며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야해서 쉽지않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여보! 그거 아들 여친 하나 해 주지.”

“네?! 이거 만들다가 눈이 빠질라는데.”


그렇게 필자의 메디치자수 첫 작품인 가방이 아들 여친에게 가게 되었다. 은밀히 말하자면 두번째 선물인셈이다. 그런데 전혀 기분이 안 좋거나 아깝지(?) 않았다. 왜냐하면, 가방을 받고 너무 놀라며 좋아하던 아들 여친을 보았을때 오히려 필자가 더 기쁘고 뿌듯했기 때문이다.



“예식장에 들어가야 내 식구지.”

“애들끼리 만나는데 뭘 어른들이…만나고 그래.”

“헐! 집에도 초대했어?”

“나는 집 앞에서 만나도 인사도 안 받는데!”


자녀들이 연애중인 엄마들이라면 자주 들어본 말일게다.“제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말이다. 아들이 필자에게서 가장 소중한 자녀인만큼 아들 여친도 마찬가지이기에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다. 나중 일은 나중에 잘하면 될 일이고 지금은 그렇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필자는 아들 여친을 잘 안다고 해야할지 모른다고 해야할지 사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성격이 밝고 웃는게 이쁘고 만나볼수록 반갑고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들 여친에게 내심 참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들이 학업을 지속하는데 있어서 발전하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에는 누구보다 아들 여친이 응원해 주고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둘이서 이뿌게> 만나서 그걸로 고맙다는 말이다.


"깨톡 깨톡!" 소리가 나서 보니 사진 한 장이 왔다. 아들이 보낸 사진이다. 아들 여친이 필자가 만들어 준 메디치자수 가방을 어깨에 매고 있는 사진을 찍어 보낸 것이다.


"엄마, 정말 이쁘다고 감사하다고 다시 전해달래요!"


그래서 필자는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지금 이 기분이라면. 다음에는 저기 먼나라 비싸다는 브랜드 가방 하나 사주면서 이렇게 말하면 어쩌지?!


"니가 샀다고 해! 여친한테는 말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