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2)

라캉 정신분석학 - Jouissance

by 이준서

https://brunch.co.kr/@jsleefeb03/22


1.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J입니다. 준서(Junseo)의 J가 아니라, 죽음충동(Jouissance)의 J에요. 라캉에 따르면 결핍된 실재계의 죽음을 맛봄으로써 쾌락을 느끼죠. 저는 감각을 항상 의심하는 사람입니다. 현상 너머에 있는 것을 사유하고, 무의식 속으로 감정의 조각들을 전치[환유]시킵니다. 글은 무의식을 드러내고자 하는 수단이고요. 쌓인 글들은 조각난채 흩어져있고, 풀과 테이프로 이어붙인 조형물처럼, 형태를 갖추지 못한 채 붕 떠 있습니다. 자조적으로 저를 예술충이라 부르곤 합니다.


2.


보는 것[응시]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원근법의 소실점은 제 중추신경에 각인된 듯해요. 죽는다면, 그 소실점을 제 안에서 꺼낼 수 있을까요? 고요속에 퍼져있는 죽음. 특이점이기도 한 소실점은 블랙홀을 연상시킵니다.

집단 속에서 사람들은 단일한 사고관을 강요받습니다. 그 집단이 커지면 하나의 나라가 되고, 지구 공동체가 됩니다. 지구도 하나의 창백한 푸른점이라, 곧 죽음을 바라보게 되겠네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60년정도. 제가 눈을 감을 때 지구는 혈혼으로 붉게 물들거에요. 푸른색을 그리워 하겠죠.



3.


저는 일상을 잘 살아갑니다. 정신병의 기준이 일상생활의 붕괴라면, 저는 아마 ‘정상’이겠지요. 죽음충동은 천재성의 그림자일까요? 저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나칠 만큼 사랑을 느끼죠. 그리고 결핍이 많은 사람에게 더 끌립니다. 치유하고 싶은 마음, 그것은 욕망이기보다 원초적인 욕구에 가깝습니다.


보이지 않는 권력은 사회 전반에 실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 묶여 있지요.

그래서 저는 죽음충동과 예술을 통해, 그 권력을 조용히 드러내고 싶습니다. 누군가에게 따스함 하나라도 건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4.


동시에 찾아오는 외로움.




Cf. 지구는 창백한 푸른점 -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의 사진을 부르는 명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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