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조각

by 이준서

1.


일기장에 무심함을 쏟았다.



2.


일기를 쓰는 방식에 따라 사람의 성향이 보인다.

사건을 나열하듯 쓰는 사람은 효율성을 추구하며

감정을 늘어놓는 사람은 자아를 소중히 대한다.


나는 사건 위주로 일기를 쓰는데, 효율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쓰는게 두려워서일까. 자신의 마음을 글로 포장하는게 기만적이라 느껴서일까. 극도로 이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이유를 묻다보면 볼펜 잉크에 더럽혀진 손을 마주하게된다.


3.


일기가 쌓여 서사가 된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누구보다 자세히 서술할 수 있는건 다름아닌 나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미래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고는 하지만, 내 삶의 물음을 해결하는데 일기는 무용한 것 같다. 매순간 새로운 시선에서 세계를 바라보길 반복하다보면, 일기는 하나의 조각이 되어버린다.


4.


후... 오늘은 이런저런 빡치는 일이 있었어.


사람들에게도 한탄했던 내용을 일기장에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건을 저주하기 위해서, 아니면 사람들의 위로가 무의미함을 알고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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