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은 설명이 어렵다
트위드처럼 얽힌 감정을 지나왔다면,
이번엔 그 복잡함을 지나고 남은 틈,
말이 새어 나가기도 전에 빛이 먼저 드는 구멍 같은 감정을 따라가야 할 차례이다.
그 감정은 감추려 해도 투명하고,
설명하려 해도 설명되지 않으며,
우리가 자주 느끼지만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
오늘의 감정결어 : '빈틈 있는 감정'
레이스의 결 화이트 아이보리
어떤 감정은 애써 덮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에서 자꾸 빛이 샌다.
말하지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고,
굳이 기억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쩌다 들춰진 기억 한 장,
길을 걷다 바람결에 날린 어떤 냄새,
모퉁이의 오후 그림자 하나가 그 감정을 불쑥 꺼낸다.
그럴 때면 나는 속이 비어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그 틈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마음 어딘가에는 다 드러나지 않은 채,
비어 있고 빛나는 구멍 하나가 있다는 걸.
그 구멍은 상처라기보단 구조에 가깝다.
레이스처럼 겹겹이 얽힌 실 사이사이의 공기,
그 빈틈이 나를 다르게 숨 쉬게 한다.
사람들이 내게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야”라고 말할 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그 빈틈을 통해 무엇인가가 지나가고 있다.
그게 감정인지, 기억인지,
놓쳐버린 말인지 모른 채,
나는 오늘도 무늬 속의 구멍을 감춘다.
그 빈틈이 있어서
나는 너무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기도 한다.
감정의 빈틈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날.
비어 있다는 건, 어쩌면 빛이 머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감각 리추얼 질문
당신의 마음 속에 지금 가장 조용한 틈은 어디에 있나요?
그 빈틈은 무엇을 통과시키고 있나요?
이 감정을 그린다면,
종이에 어떤 구멍을 뚫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