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금지 대신, 우리만의 규칙 만들기"
여행을 망치는 갈등, 우리 가족이 해결한 방법
가족여행 떠나기전 알아야 할 감정수업
가족여행을 망치는 갈등,
우리 가족이 해결한 방법
"싸움 금지 대신, 우리만의 규칙 만들기"
(아이) “다리 아프고 힘든데~"
(나) “우리 쉬기로 했잖아, 왜 그냥 가?”
(남편) “아니, 가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 있으면 들어가면 되지.”
(나) “그래도 어디 들어갈지 보고 정해야지, 무턱대고 어떻게 들어가? 맛은 없는데 가격만 비싸면 어쩌려고!”
(남편) “누가 못 가게 했어? 지금 시간이 한가하게 검색해서 어디 갈지 찾을 여유 없어. 카페 찾다간 다음 일정 못 간다니까.”
(아이) “미술관 갔다가 카페 간다고 약속했잖아! 왜 약속 안 지켜!!”
여행 2주 차, 누적된 피로는 아이의 칭얼거림과 함께 갈등을 폭발시켰습니다.
서로를 탓하며 날 선 말들이 오갔습니다.
“왜 쉬지 않느냐.” “왜 약속을 어기느냐.” “쉬자고 하면 되지 않느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누적된 피로와 시차 적응 실패로 예민해진 저와 남편은 점점 까칠해져 갔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축제인 '라 메르세' 축제 기간의 다양한 무료입장 혜택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죠. 마치 ‘무료’라는 단어에 쫓기듯, 피카소 미술관을 비롯한 명소들을 부지런히 돌았지만, 어딜 가나 넘쳐나는 인파 속에서 제대로 즐길 수 없었고, 저와 아이 그리고 남편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다툼이 터진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술관 관람 후 카페에서 쉬기로 한 약속은 잊힌 채, 남편은 이날만 ‘무료’로 개방하는 해양박물관의 폐관 시간을 걱정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휴식 없는 일정에 쌓인 불만은 아이의 칭얼거림을 기폭제로 결국 폭발했습니다. 서로에게 날 선 말을 쏟아내며,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여행을 하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날 카페에 앉아 숨을 고르며,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시간과 돈을 아끼려다 정작 중요한 것을 잃고 있었구나.’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이런 상황에서 해양박물관에 가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여행은 양이 아니라 질, ‘시간’과 ‘돈’을 아끼려고 쉼 없이 달리다, 그 무엇도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때까지 미처 몰랐습니다. 첫 여행지였던 파리에서의 일주일은 긴장감이 오히려 설렘과 의욕의 동력이 되어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지만, 여행 2주 차인 바르셀로나에서 우리는 그 한계를 맞이했습니다. 여행은 쉼 없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멈추어 쉬는 순간도 중요한데, 저는 무조건 많이 보고 체험하는 것이 남는 여행인 거 같았거든요.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규칙을 하나 정했습니다. 피곤하거나 예민해지면 무조건 잠시 멈추어 쉬는 것입니다. 카페든 공원이든 어디에서든, 잠깐의 휴식 속에서 먹고 마시며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주었습니다. 그렇게 쉬는 동안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새로운 문화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화장실 문제는 어떻고요. 갑자기 ‘아 화장실!’하고 찾아 나서기 전에 화장실을 미리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뒤이어 또 하나의 규칙을 더했습니다. 자신이 피곤하거나 예민한 상태인지를 알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면, 그날의 메뉴 선택권을 잃는 것입니다. 대신 화를 받았던 사람이 메뉴를 고를 수 있었지요. “오늘 점심은 네 차례야!”라며 웃으며 넘어가다 보면, 긴장된 공기가 유머로 바뀌었습니다. 메뉴 선택권은 간식이 될 수도 있고 그날 식사 메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메뉴 선택권을 받은 누군가만 좋았던 건 아닙니다. 경직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유용한 장치가 되어 줄 뿐이었습니다. 그 메뉴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모두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았고, 어떤 것을 먹을지는 혼자 선택하기도 했지만,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가족 여행 가서 절대 싸우지 말자’가 아니라, 갈등이 일어났을 때 그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줄 우리만의 규칙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저희 가족에게는 먹는 걸 활용한 규칙이 가장 효과적이었지요.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하더라도 여행지에서 갈등은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싸우지 말자”는 다짐이 아니라, 서로 예민해지는 순간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작은 불화를 덮어두면 더 크게 자라지만, 일찍 다루면 꽃이 피기도 전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가족여행은 많은 곳을 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추억을 쌓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멈추어 쉬는 순간이야말로, 가족을 다시 이어주는 가장 든든한 힘이 됩니다.
1. 피곤하거나 짜증이 날 때는 무조건 쉬어가기: 카페 한 잔의 여유나 잠깐의 휴식이 갈등을 예방하고 서로의 마음을 재충전하게 합니다.
2. 솔직한 감정 표현: 힘들거나 불편한 점을 억누르지 말고 솔직히 이야기하며,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3. 유머를 곁들인 갈등 해소: 긴장된 순간에는 유머가 최고의 완충제입니다. “오늘 메뉴 선택권은 네 차례!” 같은 규칙으로 웃음을 나누며 갈등을 가볍게 넘길 수 있습니다.
※ 이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의 ‘2025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