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가족에게만 자꾸 화가 날까?

육아서를 읽고, 대화법을 배워도 왜 가족에게 자꾸 화를 낼까요?

by 박윤미

“제가 사회생활은 곧잘 하는데, 가족이랑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직장이나 학교에서는 인간관계를 꽤 괜찮게 해내는데, 왜 집에서는 이러는지, 아이나 배우자 혹은 부모가 원망스럽다는 하소연을 상담실에서 자주 듣습니다.

가족, 참 어렵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는 남편과 사소한 것에서 출발한 말다툼 후 데면데면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금방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배우자에게는 또 다른 레이어를 하나 더 벗겨내야 합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을 업으로 삼고 있어도,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이미 알아차렸다 해도, 먼저 다가가기 싫은 이 마음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마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였을 겁니다. 어느 날 치킨을 먹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나는 밖에서 사람들이 다 참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부모의 보호를 간섭과 통제로만 여겨 불만이 가득했던 저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습니다.

'아닌데. 집에서는 완전 자기 마음대로 하면서, 밖에서는 대체 어떻게 저런 소리를 듣는 거지?'

이제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제가 그 상황을 다시 떠올리면, 뜨끔합니다. 저 또한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친절하고 좋은 사람으로 비치지만, 아이나 남편에게는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만난 사람에게는 쿨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일도 가족에게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 있는 가족에게 푸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가장 소중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임을 알면서도, 행동은 마음처럼 되지 않아 더 괴롭고 고통스럽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정된 공간에서 온종일 부대끼며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히는 일상 속에서, 그리고 애착이라는 특별한 관계 속에 묶인 가족일수록,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가족이 날 몰라주고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라고 여기며 서로를 미워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미움도 있습니다. 내 기대를 좌절시키고 내 배려가 무참히 깨질 때 화가 나는 건 당연합니다. 가족이라 해도 나에게 친절하게 말하고 잘 대해줄 때 기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서운합니다. 이럴 때 미운 마음이 드는 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미움도 있습니다. 관계 속 오해와 왜곡으로 만들어진, 실체 없는 미움입니다. 내 마음의 결핍이 만들어낸 환상 때문에 가족을 오해하고, 그 감정을 가족에게 투사하여 '가족이 나를 미워한다'라고 느끼며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애착의 깊은 뿌리가 얽힌 복잡한 마음작용 때문에, 가족 관계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미움을 구분하고 싶었습니다.

실체 없는 내 환상에서 비롯된 미움과 관계 속에서 실제로 벌어진 상처를 구별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을 불필요하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요. 가족을 미워함으로써 결국 자기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 감정들을 가장 선명히 마주한 시간은, 역설적으로 가족여행 중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남편이랑 아이랑 붙어 있으면서 괜찮았어?"

80일간의 여행에서 돌아온 후 지인이 제게 물었던 질문입니다. 물론 다양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너무 사소해서 꺼내기 유치하게 느껴지는 것부터, 너무 성숙하지 못하게 반응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 말하기 어려운 일까지요.

일상에서는 무심히 지나쳤던 감정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 더 강렬하게 드러났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이래선 안 되는데' 다짐하면서도 불편한 감정들은 끊임없이 자극되었고, 그때마다 제 안의 무의식적 욕망과 방어기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저는 그 순간들을 포착해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왜 나는 이 순간 화가 났을까?"를 묻기 시작했습니다.

그 질문을 통해 배운 것이 있습니다. 여행지든 집이든, 우리는 늘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 있다는 것. 낯선 환경이든 익숙한 일상이든, 감정은 언제든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나를 이해할 가장 좋은 실마리가 된다는 것.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가족 관계 속 감정의 패턴을, 겉으로 드러난 감정 너머, 그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마음까지 들여다보았습니다. 특히 가족여행이라는 24시간 밀착된 시간 속에서 증폭되어 드러나는 순간들을 포착했습니다. 평소 억눌렀던 감정(투사), 어린 시절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의 재현(전이), '사랑하지만 화나는' 마음(양가감정), 아이를 통해 나의 이상적 모습을 보려는 욕구(자기애), 상대를 통제하려는 반응(투사적 동일시) 같은 심리적 주제들을 하나씩 풀어냈습니다.

여러분은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저랬는데"라고 공감하실 겁니다. 그 공감 속에서 자신의 감정 패턴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패턴을 아는 것만으로도,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힘이 생깁니다.


이 책은 단순한 처방전이 아닙니다.

"이렇게 하세요"가 아니라, "당신이 왜 그렇게 느꼈을까요?"를 찾아가는 책입니다.

각 장은 '갈등 장면 → 감정 탐색 → 심리적 통찰 → 실천 가능한 변화'라는 상담의 구조를 따릅니다. 저는 저 자신의 실수를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며, 독자가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안내합니다. 마치 상담실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듯, 저와 함께 자기 내면을 탐색하다 보면, 어느새 "아, 내가 왜 그랬는지 이제 알겠다"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 깨달음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고, 그러한 앎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다르게 반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저의 이야기가 여러분이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작은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자신과 가족을 조금 더 이해하고, 그 이해만큼 더 깊이 사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이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의 ‘2025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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