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발걸음이
점점 좁아지는 길로
나를 인도하는 것을 알지만
나는 말없이
발걸음 움직이는 대로
계속 나아간다
처음과 확연히 비교될 만큼
좁아져 버린 지금의 길
시간이 지날수록
이 생각은 커져만 가겠지
이렇게 나아가다보면
언젠가는 맞닥뜨릴 거야
나로서는 지나갈 수 없는 간격의 길을
나는 무리하며 그 길을 지나가려다
어깨에 생채기만 남긴 채
걸음을 멈출 거야
알면서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나
알았으면서도 계속해서 나아간 나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무책임했던 나
이제 와서 뭘 어떡하겠어
단지 살아왔을 뿐인 건데
그저 나아갔을 뿐인 건데
억지로 발걸음이 멈춰진 지금
이제야 조금 쉬어볼까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남몰래 웃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