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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

by 장순혁

가슴까지 오는
강물의 가운데에서

비가 아무리 내린대도
강물이 가슴까지 오는 곳에서
살아가는 너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니까

때로는 강물에
머리까지 담그도록 해

바다와 육지가 뒤바뀌어
물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날이 와도
강물에 익숙한 너라면
괘념치 않아도 될 테니까

여린 고통 속으로
고통이 오기 전에
먼저 뛰어들자

슬픈 눈물 안으로
눈물이 흐르기 전에
먼저 머리까지 담그자

지리한 갈등들과
지루한 괴로움들이
의미를 잃어버리도록

그 모든 것들의
앞이나 속에서도
떳떳이 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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