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형이 죽었다
모두가 말했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뿐인 거라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어쩌겠냐고
그래서 옷에 묻은 흙을 툭툭 털며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 작은 돌부리에,
넘어져 생긴 상처에,
내려앉은 딱정이가 가려워
가만둘 수가 없었다
딱정이가 앉을라치면 주저앉아 긁고
딱정이가 자리잡을라치면 또 긁고
오늘도 어김없이 가던 걸음 멈추고서
주저앉아 무르팍의 딱정이를 긁어내며
이 상처는 영원히
낫긴 커녕 흉터조차 되지 못하고
이렇게 번번이 나를 주저앉게 하겠구나
빨간 피가 아닌 형으로 내게 남아
무르팍을 얼룩지게 하겠구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