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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당신

에세이

by 장순혁

이 바다는 세상의 그 어떤 바다와도

닮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얕은 바닷물에 발을 적시고

저는 그 옆에서 거닐며

당신을 향해 웃음 지었습니다


당신 또한 저를 향해 환한 미소 지으셨습니다

하늘 정중앙에 해가 떠 있는 정오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오롯이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밤이 된 모래사장의 불꽃놀이처럼

당신은 찬란하게 빛나다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저는 홀로 남아

다 꺼져버린 폭죽을 바라보았습니다


억지로 불을 붙이려 해봐도

심지가 다 닳아버려 불이 붙지 않아

애꿎은 라이터만 집어던졌습니다

이 어둠이 물러가고 해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돌아오시는 것일까요


찬란한 폭죽과 함께 요란하게 퇴장하셨으니

새벽 떠오르는 해처럼

아침이 오면 슬그머니 다가오시는 것일까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하나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당신의 미소와 나의 웃음은 닮았다는 것,

서로의 모습이 서로의 눈동자에

영원히 새겨지리라는 것


당신의 발목을 적시던 바닷물

저 또한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적셔봅니다


당신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람과도 닮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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