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대들은 결국 돌아오는구나
햇살을 마주한 우리의 옆에
든든한 어깨를 마주 대며 서는구나
언덕에 올라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의 어깨를 두들기며
잘 버텼다고, 마침내
그림자 하나 없는 빛
그 빛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서로의 붉어지는 얼굴을 본다
더는 밤이 두렵지 않다
더는 어둠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
더는, 더는 그대들을 잃을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둡고 캄캄했던 우리의 앞길에는
이제 수많은 향초들이 켜지고
그 내음을 맡으며 나아갈 일만 남았다
향기로운 봄이 다가온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냉기를 잃고
우리를 감히 마주하지 못해 옆으로 샌다
결국 다시 겨울이 오겠지만,
결국 다시 밤이 찾아오겠지만,
겨울의 끝을 우리는 알 수 있으리
밤의 끝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으리
따사로운 햇볕 가득한 길
그 길을 걷자 우리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처럼,
밟히고 밟혀도 다시 솟아오르는 잡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