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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다

by 장순혁

당신을 두고 떠나온 길

아마 잊혀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떠나가련다

당신의 모습이 눈에 밟혀
떠나가는 발걸음을 붙들지만
애써 발을 떼어내며 나아간다

함께였다면 쉽게 이겨냈을
고통과 헤매임을 홀로 겪으며,
온통 어둠뿐인 곳을
나 홀로 걸으며

나는 떠나감을 후회하는 걸까,
어쩌면 홀가분해하는 걸까
나조차 나의 감정을 정의 내리지 못한다
그저 확실한 것은 나는 당신을 두고 떠났고
당신도 홀로 남게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당신도 고통을 겪고 있을까,
당신도 헤매이고 있을까,
당신의 밤도 별 하나 뜨지 않아
온통 컴컴한 어둠으로 잠식되어 있을까
하얗게 미소 지으며 나를 보내준
당신의 감정은 어떠한 색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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