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의 밤

by 장순혁

들꽃마저 눈을 감고
달이란 형광등 아래에서 잠들 무렵이면
나는 잠들지 못한 도시의 네온사인처럼
온전한 정신으로 방 안에 누워
병든 닭처럼 천장만을 올려다봅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꿈을 꿉니다

눈 뜬 채로
잠들지 못한 채로

그 무엇보다 생생한 꿈을 꿉니다

공기보다 더 많은 어둠 속에서
야트막한 언덕에 앉아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는 꿈을

달이 제빛을 이기지 못해
펑, 하며 터지고
그 조각들은 사라집니다

달이란 구심점을 잃은 별들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나는 그 중간을 보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 시작은 볼 수 없지만
나는 이미 느끼고 있습니다

별이 와르르 쏟아지고
그 진동에 나의 몸은 떨리기 시작하며
곧이어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별이 되어
내 눈에서도 쏟아집니다

밤의 별들이 모조리 사라지면
내 안의 별들도 모조리 사라집니다

나는 텅 빈 검은 눈동자로 공허한 주변을 둘러봅니다

눈을 감습니다

눈을 뜨면
방 안에 누운 나의 육신이 느껴집니다
나는 영혼으로 감당하기에는 몸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심호흡해보아도
언덕 위에서부터 시작된 떨림은 멈추지 않습니다

슬픔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아픔이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나의 철없이 낡은 생각은
언젠가의 밤이 그랬듯
그저 가녀린 단말마에 불과합니다

집에 있지만 집에 가고 싶으니
이곳은 나의 집이 아닌 것이겠지요

이곳에 있지만 이곳에 있고 싶지 않으니
이곳은 나의 곳이 아니겠지요

내가 있을 곳

야트막한 언덕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그곳에서

난 별들과 함께 쏟아지고 싶습니다

한참을
한참이나를 쏟아져 내리다가
그렇게 사라지고 싶습니다

언덕에는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었으며
나 역시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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