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변신

피보팅의 선결요건

by 박재승

스타트업마다 피봇을 결정하는 이유나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표적인 피봇의 시점은 이용자 유치에 실패하거나, 이용자는 확보했더라도 수익화에 실패한 경우일 것이다. 한마디로 매출로 이어지지 않고 성장지표가 나오지 않을 때이다. 그리고 예상치 않은 외부요인(이를테면 규제,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 등)에 의해 위기에 봉착했을 경우가 있겠다. 또한 꼭 잘못된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하던 사업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해서 피봇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피봇을 결심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피봇을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나는 그 첫 번째 요인이 창업자의 인사이트라고 생각한다. 즉,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IT기술과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다. 이런 빠른 변화와 고객의 목소리를 항상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현명한 인사이트가 생길 수 없다. 경직되지 않은 사고로, 새로운 시각으로,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피봇팅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즉, 변화의 큰 줄기를 파악하고, 거기서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일지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피봇의 목표와 방향성이 명확해질 것이다.

우리 회사가 VR에서 mass market에 적용할 수 있는 모바일로 피봇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시장의 흐름을 냉정히 파악한 인사이트와 빠른 실행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하루 아침에 얻어지는 것이아닐 것이다. 특히 이런 인사이트를 갖기 위해 중요한 자세는 창업자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의외로 많은 창업가들이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고집을 부리다가 피봇의 타이밍을 놓치곤 한다. 우리 기술과 아이디어가 너무 뛰어난데 시장이 몰라준다는 식으로 주변과 환경의 핑계를 대고, 우물 안 개구리의 시선이 되어, 자신의 사업에 대한 객관화를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내가 너무 뛰어난데 남이 몰라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부터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에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깔끔하게 인정할 건 인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유연성이 정말 중요하다. 사업은 끊임없는 고객 탐색, 시장 탐색의 연속이다. 세상과 기술의 트렌드 변화에 늘 열려 있고, 항상 공부하는 마음

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야만 위기의 순간이 진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성공적인 피봇을 위한 두 번째 요인은 바로 팀원들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이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 회사는 모바일로의 피봇팅을 결정할 당시, 핵심 개발자의 반대가 거셌다. 우리 회사로서는 핵심 개발자가 동의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기술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나는 핵심 개발자를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노력을

통해 그를 기다려 줬다. 나와 뜻이 같았던 다른 개발자를 투입해서 일단 기술 개발에 스타트를 하되, 핵심 개발자가 공감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충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거쳤다. 다행히 핵심 개발자도 시장의 변화와 도전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지금은 그 누구보다 기술 개발에 열심이다. 뛰어난 학습역량을 갖춘 팀원들이 없다면 결코 피봇팅은 성공할 수 없다. 스타트업은 결국 팀워크다. 그리고 서로 기다려 주고 함께 바라보는 믿음이다.

공적인 피봇을 위한 마지막 요건은 바로 속도다. 일단 결심했다면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은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 이상으로, 그 기술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적용할 것인지를 증명해 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민첩한 속도로 빨리 실험하고 노하우를 취득해야 이를 증명할 수 있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으며, 그래야 투자도 유치할 수 있다. 정식 서비스나 제품을 출시해야만 고객의 반응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개발 과정에서 이뤄지는 ‘알파테스트’, 상용화 전 잠재 고객에게 일정 기간 무료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오류를 체크하는 ‘베타테스트’, 시험적으로 집단, 지역 등에 적용해 보는 ‘테스트 베드’ 등 명칭과 개념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다 시범적으로 빠르게 실행해서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실제 운영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장치이다. 피봇을 단행하려면 이런 실험들이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만 한다.

국내 한 스타트업 창업가가 인용한 말이 있다. “스타트업이란 절벽 밑으로 떨어지면서 비행기를 조립하는 일이다!” 떨어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비행기를 조립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낭비(Killing time)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정말 공감한다. 스타트업에게 시간 낭비란 곧 죽음과도 같다. 기민하고 민첩한 실행만이 골리앗과도 같은 거대기업과 싸울 수 있는 스타트업의 생존 무기이다. 아니다 싶은 판단이 들었다면,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필자의 회사는 현재 또 다른 패턴의 피보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디바이스에 국한된 피보팅이었다면 이제는 AI기반의 시선데이터를 통한 서비스 피보팅 플랜을 짜고 있다. 지속성장을 위한 우리의 변신은 끝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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