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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승 Aug 13. 2020

꼰대 계급장 떼고 소통하라

라떼는 커피주문 할 때만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라떼는 말이야’가 있다. 나이 든 사람이 자신의 과거 경험담을 눈치 없이 아랫사람에게 설교하듯이 얘기하는 “나 때는 말이야~”를 희화해서 붙인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GD는 유명 가수 빅뱅의 지드래곤이 아니라 ‘GgonDae’, 즉 꼰대의 영어 스펠링을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재밌기도 하고 일견 씁쓸하기도 하다. 어느 순간 나도, 젊은 팀원들에게 ‘라떼는 말이야~’를 말하고 있진 않은지, 꼰대가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라떼라는 말을 이야기 하는자체가 꼰대임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스타트업을 이끄는 CEO라면, 특히 나이가 좀 있는 중년 창업가라면 적어도 라떼나 GD는 되지 말아야 한다. 스타트업은 특성상 젊은 세대 팀원들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젊은 팀원들과 함께 ‘더불어’ 일할 수있는 지혜를 찾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이와 직급을 불문하고 상대를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내 직급이나 나이 때문에 팀원들이 할 말을 못 하게 하는 분위기나 쫄아드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수시로 점검하고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또한 가르치는 것과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할 것 같다.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이나 스킬은 당연히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기업의 비전이나 철학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전달하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창업자 CEO 스스로가 행동과 마음으로 이를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한마디로, 앞서 실천하고모범이 되는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창업가는 정작 기업 비전에 맞지 않는 행동과 말을 하면서 팀원들에게만 이를 설교해 봤자 그것이 받아들여질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조직원으로써 창업가의 행동과 습관을 익히 알고 있다. 그들의 눈은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필자는 지금도 수시로 나 자신을 돌아보고 점검한다. 혹여 스타트업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린한 실행력, 빠른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권위의식에 빠지고 있지는 않은지 . 에리히 프롬의 책 《소유냐 존재냐》 식으로 바라본다면,   권위는 소유(having)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being)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리더의 권위는 그 직책을 소유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소통하면서 신뢰가 형성될 때 그 권위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마인드는 무릇 팀원들과의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나보다 인생을 훨씬 덜 산 젊은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전에는 내심 ‘내가 더 잘 알아~’ 하는 마음으로 똥고집 같은 폼을 잡기도 했었다. 하지만 젊은 멘토들의 지적과 코칭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 젊은 선생들의 이야기를 왜 귀담아들어야 하는지를 숱한 경험으로서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피칭이나 SNS 마케팅 전문가(인풀루언스) 등은 나이는 젊어도 해당 분야에 말 그대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친구들이다. 당연히 마음을 열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소통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또 어떤가. 스타트업의 투자를 결정짓는 투자심사역들은 대부분 30대들이다. 대부분 그들은 나이는 30대 초중반으로 상대적으로 어리지만, 냉철한 분석력과 산업을 읽는 예리한 눈을 갖고있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그들의 편향을 잘 간파해야 투자 유치에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결국, 해답은 소통이다. 내가 터득했던 지식과 기존의 구시대적인 방법론만을 고집하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면, 젊은 전문가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스타트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인생 2막의 새로운 여정을 열고 싶다면, 라떼나 GD가 되지 않도록 마인드부터 고쳐야 할 일이다. 계급

을 떼고 그들과 함께하다 보면 파닥이는 젊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들의 세계에서 함께 뛰고 놀수 있는 또다른 세계와 인생 공간에 입장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할 수 있다. 오늘도 파닥이는 젊음을 헌팅하러 백팩과 운동화 끈을 질끈 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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