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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냐 정 Jan 30. 2023

23년 1월의 세 가지 도전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언제요? 언제 아무것도 안 했다는 거죠?" 22년 회고를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인스타그램에 썼다. 그랬더니 거기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도대체 누가 언제 아무것도 안 한 거냐고.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맞다. 나는 계속 무언가를 했다. 다시 정확히 적어보자면, 성과를 내고 싶어서 무리하는 일을 하지 않기. 실제로 내가 하지 않은 건 그런 일이었다. 쓰고 싶어서. 쓰는 사람이고 싶어서. 두 번째 책을 준비했고 투고를 했고, 투고한 원고와 다른 주제로 출간계약을 했고, 계약한 책을 썼다. (그 책은 3월 출간 예정) 책 두 권 분량의 원고를 썼지만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느꼈다. 나에게 쓰는 일은 그만큼 자연스러웠나 보다.


그렇게 22년을 보내고 23년이 왔다. 이제 왔나 보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한 달이 훅 지났다. 1월의 마지막 목, 금, 토요일을 뜬금없는 도전으로 채우면서 '1월에 새로이 도전한 일들'에 대해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학습코칭 전문가라고?


그렇다. 지난 목, 금, 토요일 3일 동안 나는 학습코칭 전문가 2급 과정 수업을 들었다. "나 오늘 학습코칭전문가 수업을 들었어."란 메시지에 친구는 이런 답장을 보냈다. "갑자기?" 전문가라는 표현이라든지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이라든지 하는 문구 때문에, 이 과정은 나와 더더욱 안 어울려보였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홀린 듯 신청하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교육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엄마다. 그냥 기본만 하면 되지 않겠냐는 안일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노는 시간을 더 즐겼다. 작년 어느 날, 영어 학원 선생님이 전화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축복이가 단어를 외우고 오는지 모르겠어요." 수업 때마다 보는 쪽지 시험 결과를 보니, 아예 안 외우고 오는 것 아닌가 싶다는 얘기였다.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선생님, 사실 제가 일부러 시키지 않았어요. 축복이가 하고 싶으면 하고, 싫으면 하지 않는 그대로 두고 있어요." 솔직히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이 뒤에 한 마디 더 붙이곤 했다. "축복이가 학원 가고 싶다고 해서 보내는 거거든요. 아직은 학원이 즐겁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수업은 즐겁지만 숙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저도 강요하지 않아요. 숙제해오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안다. 학원 선생님이 들으면 당황스러울 말이라는 거. 입장을 바꿔놓고 보면 막 화가 날지도. 근데 나는 기다리고 싶었다. 아이가 하고 싶을 때까지. 


그런데 이번에는 이 말까지는 입 밖으로 나오지가 않았다. 대신 이런 말을 덧붙였다. "사실 작년까지는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할 수 있도록 도울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좀 챙겨볼게요." 초등학교 3학년, 이제 학습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마음이 어려운 시기였다. 그래서 학습코칭이라는 단어가 반가웠다. 교과코칭이 아니라 학습코칭이라서 알고 싶었다. 학습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를 어떻게 잡아주면 좋을지에 대한 답이 될 것 같아서.


물론, 내 아이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전부는 아니다. 첫 책을 내고 글쓰기 프로젝트를 여러 회기 진행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를 통해 나를 찾고 새롭게 하고 싶은 일도 알게 됐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좀 더 정교화해서 더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아이들을 위해서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교육분야에 몸담아 보지 않은 사람. 그래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엇이라도 아이들의 학습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한 이유로, 뜬금없는 도전을 하게 됐다. (남편이 <엄마육아공부>란 책을 쓴 저자에게 어울리는 행보라 말해서 '오, 그러네.' 했는데, 강의를 진행해 주신 김선희 코치님도 똑같은 이야기를 해서 사실은 운명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무래도 나와는 어울리지 않아.'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일부러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신청했다.


2급 자격증을 따기 위한 3일의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1급 자격증까지 따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당장 큰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배워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처음 내 기대대로 학습코칭은 교과코칭이 아니다. 동기, 인지, 정서, 행동 영역을 아우르며 아이가 자신이 가진 역량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단하고 판단하는 대신, 자신을 믿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일단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내기 위해, 내가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내재화할 좋은 기회.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가 되겠지만, 나처럼 그저 부모인 사람들에게도 슬쩍 권해보고 싶은 분야라서 일단은 내가 먼저 끝까지 해보려고 한다.


3일차 교육을 끝내고...


작사라는 도전


시즌1부터 참여하고 있는 창고살롱 인스타그램에 작사에 도전할 사람을 찾는다는 공지가 떴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두웅실 떠올랐다. 그런데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댓글을 달았다. 해보고 싶은데 자신은 없다고. 안 쓰면 될 댓글을 쓴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고 싶은 거다. 그냥 넘어가고 싶지는 않은 것.


아이들 방학을 맞아 부산 친정에 가있는데 연락이 왔다. 금요일인가 그랬는데, 다음 주 화요일까지 작사가 가능하겠냐는 질문이었다. 내 노트북 하나 없는 친정에서, 여행 온 것처럼 아이들과 24시간 붙어있는 그곳에서, DM을 받고 살짝 당황했다. '어쩌지? 내가 하겠다고 하고 일정을 못 맞추면 프로젝트 자체에 민폐가 될 텐데. 깔끔하게 지금 못한다고 하는 게 나을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미안해하며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작사해 주신다고 해서 꼭 채택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오, 그렇다면 해봐도 되겠다.' 일단 해보기로 했다.


주말에 집으로 돌아왔고 월요일 오전 PC를 켜고 앉았다. 어차피 채택되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부담을 놓고 담고 싶은 메시지를 고르고, 그 메시지를 담아 노랫말을 썼다. 오랫동안 내 마음에 담고 있던 생각을, 이번 부산여행에서 본 풍경에 담았다. 짧은 글에 마음을 담는 일은 쉽지 않아서, 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쓰고 보니 채택은커녕 비웃지만 않아도 고맙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날개를 펴기 전에 얼른 메일 발송 버튼을 눌렀다. 내가 쓴 노랫말 파일을 첨부해서.


그저 도전이다. 이번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의 노래가 발표됐을 때, 거기에 내가 쓴 가사가 붙어있으리라는 기대는 없다. "내가 작사한 노래가 나왔다."가 아니라 "작사라는 걸 내 나름대로 한 번 해 봤어." 그런 말을 하려고 1월이 가기 전에 얼른 기록하는 중. (다른 가사가 붙은 노래가 나온 후에는 이야기하기 뻘쭘해질 것 같아서. ㅎㅎ)


유료 뉴스레터라고요?


'여성의 지속가능한 일과 삶'을 주제로 하는 뉴스레터 필진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떴다. 읽었고 그냥 흘려버렸다. 사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일'이라는 주제로 내가 할 이야기가 없어졌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계속 없을 예정은 아니지만, 일단 지금은 '일' 주제가 사라진 상태라고. 그런데 띵똥 메시지가 하나 왔다.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멈추진 않았지만 극도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누군가의 메시지에 힘입어 필진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유료 뉴스레터라니. 사실 뉴스레터 구독 신청 공지가 떴을 때 가격을 보고 가슴속에 커다란 돌이 쿵 내려앉은 듯 무거워져 버렸다. 그에 걸맞은 글을 써내야만 할 테니까. 그렇지만 이건 혼자 하는 게 아니니, 함께하는 (나를 포함한) 10명의 필진. 예전부터 내가 궁금해했던 이야기들을 써줄 든든한 필진이 있으니, 나도 어깨를 걸고 같이 걸어가 보기로 한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쓰는' 일에 대해서 써볼 생각이다. 원래 쓰는 일과는 상관없는 업에 종사했던 사람. 그러다가 꽤 긴 공백을 맞이한 사람. 어느 날 '글쓰기'라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한 사람. 그리고 그 시작이 만들어낸 역동과 깨달음. 사실 지금까지는 글쓰기가 준 기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럴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쓰는 시간 동안 깨닫게 된 계속 쓰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변화해 온 마음에 대해서도.



그렇게, 또 다른 형식으로 내 글을 파는 일에 도전하기로 했다. 총 열 명의 필진 중 다섯 명이 1기, 다섯 명은 2기. 나는 2기 필진이라서 3월 4주 동안 총 네 개의 글을 써낼 예정이다.




세 개의 도전. 사실은 셋 다 해봐야지 미리 마음먹었던 일은 아니다. (사실 꼭 해봐야지 마음먹은 일은 따로 있는데, 시작도 하지 못하고 1월이 지나가버렸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꽤 마음에 든다. 나의 주요 아이덴티티 '엄마'와 '쓰는 사람' 두 개의 축 안에서 춤추고 있는 중인 것 같아서. 하고 싶은 일은 하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고가 되기보다, 빠르게 성장하기보다,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이루어나가는 사람이 되자고 한 번 더 되뇌면서, 1월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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