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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모르면 유통하지 마라

by 정명훈

당신의 사업을 망치는 것은 경쟁사가 아니라, 당신의 '계산기'다.


과거 동대문 시장의 전설적인 도매상들은 장부 없이도 장사를 했습니다. "이거 떼다 팔면 대충 30% 남아"라는 사장님의 '촉'은 웬만한 슈퍼컴퓨터보다 정확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커머스라는 전장은 다릅니다. 클릭 한 번에 가격이 비교되고, 0.1%의 수수료 차이가 순이익을 뒤흔듭니다.


컨설팅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초보 CEO들이 겪는 미스터리가 하나 있습니다. "대표님, 저번 달에 쿠팡에서만 1억 원을 팔았습니다. 밤새 포장하느라 허리가 나갈 지경이었죠. 그런데 월세를 내려고 보니 통장에 돈이 없네요. 도대체 제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지 못한다면, 죄송하지만 당신은 사업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플랫폼과 택배사를 위해 무급 봉사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은 유통업의 본질인 '숫자'에 대해, 그리고 왜 숫자를 모르면 100%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는지 뼈아픈 팩트를 기반으로 이야기하려 합니다.



매출 1억 원의 착시: '매출 뽕'이라는 마약

많은 셀러들이 '월 매출 1천만 원', '억대 매출 달성'이라는 타이틀에 집착합니다. 이를 업계 은어로 '매출 뽕'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유통에서 매출은 그저 '거래액'일 뿐, 내 돈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겠습니다.


[사례: 생활용품 브랜드 P사의 월 매출 1억 원 해부]

P사 대표는 마진율 30%를 잡고 야심 차게 1억 원어치를 팔았습니다. 그의 머릿속 계산기는 이랬습니다.

(매출 1억 - 원가 7천 = 3천만 원 이익! 대박이네!)

하지만 현실의 계산기는 잔혹했습니다.


(-) 매입 원가: 6,000만 원 (부가세 포함 매입 시)


(-) 플랫폼 수수료: 1,200만 원 (오픈마켓 평균 12% 가정)


(-) 마케팅 비용: 2,000만 원 (ROAS 500% 달성 시)


(-) 배송비: 300만 원 (3,000원 * 3,300건 중 일부 지원금 제외)


(-) 포장 부자재: 100만 원 (박스, 테이프, 완충재)


(-) 반품/CS 비용: 200만 원 (반품률 2~3% 및 폐기 손실)


(-) 고정비: 300만 원 (소호 사무실 월세, 알바비, 통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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