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다는 걸 알면서도 인정하는 데 6개월 걸렸다

by 정명훈

창업 3개월 차, 이미 알고 있었다.

창업 3개월 차였다.

숫자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유저는 들어오는데 안 남았다. 광고를 늘렸는데 매출이 따라오지 않았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뭔가 계속 어긋나는 느낌. 그 감각은 점점 선명해졌다.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방향이 틀렸다는 걸.


문제는 몰랐던 게 아니었다.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는 거다.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서 그래." "시장이 아직 열리지 않은 것뿐이야." "조금만 더 하면 분명히 바뀔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 '조금만 더'가 6개월이 됐다.



인정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중에 돌아보니 왜 그랬는지가 선명하게 보였다.

첫 번째 이유는 이미 너무 많이 말해버렸기 때문이다. 지인들한테, 가족한테, 투자자 미팅에서. "이 방향이 맞습니다. 이 시장이 맞습니다. 이 방법이 옳습니다." 그 말을 너무 많이 해놨다. 인정하는 순간 그 말들이 전부 틀린 게 돼버린다. 그게 두려웠다. 틀린 판단을 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그 판단을 믿고 들어준 사람들에게 미안해지는 게 더 무서웠다.


두 번째 이유는 피벗이 포기처럼 보일까봐였다. 지금은 안다. 피벗과 포기는 완전히 다른 결정이라는 걸. 방향을 바꾸는 건 더 나은 길을 찾는 것이고, 포기는 걸음을 멈추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그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방향을 바꾸는 순간 '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 착각이 6개월을 붙잡아뒀다.


세 번째는 그냥 자존심이었다. 화려하게 포장하면 여러 말을 할 수 있겠지만, 결국 핵심은 그거였다. 내가 틀렸다는 말을 나 스스로에게 하기 싫었던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정명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고 시장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연구합니다. 스타트업 사업계획서, 소상공인 유통전략, 상품기획과 비즈니스 모델 전략을 기록합니다.

5,53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02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