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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데이터,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써야 하나

데이터 없이 마케팅하는 건 눈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by 정명훈

"고객 데이터요? 그런 거 어떻게 모아요. 저는 그냥 쿠팡에서만 파는데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솔직히 마음이 무겁다. 쿠팡에서 아무리 잘 팔아도, 그 고객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면 그 매출은 온전히 내 자산이 아니다. 쿠팡의 자산이다.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쿠팡은 내 제품을 산 고객이 몇 살인지, 어디 사는지, 무슨 제품을 함께 봤는지, 얼마나 자주 들어왔는지를 전부 알고 있다. 나는 모른다. 그 데이터가 쿠팡의 추천 알고리즘을 만들고, 쿠팡의 광고 상품을 만들고, 쿠팡의 비즈니스를 키운다. 나는 물건을 납품하는 공급자에 가깝다.


플랫폼에서 잘 팔리는 것과 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다른 일이다. 브랜드를 키우려면 고객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누가 사는지, 왜 사는지, 무엇에 만족하고 무엇에 불만족하는지. 이 데이터가 쌓일수록 마케팅이 정교해지고, 광고비가 줄어들고, 재구매율이 올라간다.


이 글은 초기 셀러부터 어느 정도 매출이 나오는 브랜드까지, 현실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고객 데이터 수집과 활용법을 정리한 것이다.



데이터를 모으기 전에,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부터 정해라

데이터는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쓸 수 없는 데이터를 잔뜩 쌓아두는 것은 의미가 없다. 먼저 내 브랜드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정하고, 그것을 수집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초기 셀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데이터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누가 사는가다. 성별, 연령대, 지역, 구매 시간대. 이 기본 정보가 광고 타겟팅의 기반이 된다. 내 제품을 30대 여성이 주로 산다면, 광고 타겟을 그쪽으로 집중해야 한다. 40대 남성에게 광고를 뿌리는 것은 낭비다. 이 정보 없이 광고를 돌리는 브랜드들이 생각보다 많다.


두 번째는 왜 사는가다.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서 들어왔는지, 어떤 상세페이지 구간에서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리뷰에 공감을 눌렀는지.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면 상세페이지와 광고 카피를 그 이유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다시 오는가다. 재구매율, 구매 간격, 재구매 시 구매하는 제품. 한 번 사고 사라지는 고객과 반복 구매하는 고객의 패턴이 다르다면, 그 차이에서 재구매를 유도하는 힌트가 나온다.


이 세 가지를 알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어디서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를 먼저 설계해야 한다. 목적 없이 데이터를 모으면 쓸 데가 없는 숫자만 쌓인다.



플랫폼 안에서 꺼낼 수 있는 데이터부터 써라.

고객 데이터를 모으려면 특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다. 지금 쓰는 플랫폼 안에 이미 의미 있는 데이터가 있다. 그걸 먼저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걸 찾을 필요는 없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판매자 통계 메뉴에서 구매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 분포, 유입 경로, 검색 키워드, 시간대별 구매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셀러들이 이 메뉴를 한 번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다. 여기 들어가면 내 제품이 어떤 키워드로 검색되어 들어오는지, 어떤 연령대가 구매하는지가 바로 나온다. 이걸 모르고 광고를 돌리는 것과 알고 돌리는 것은 효율에서 완전히 다르다.


쿠팡도 마찬가지다. 쿠팡 윙의 판매 분석 화면에서 상품별 클릭수, 전환율, 장바구니 담기 수, 구매 완료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클릭은 많은데 전환이 안 되는 상품이 있다면 상세페이지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클릭 자체가 안 된다면 썸네일이나 가격 경쟁력 문제다. 이 데이터를 보면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방향이 보인다.


리뷰 데이터도 중요한 고객 데이터다. 리뷰에서 어떤 단어가 반복해서 나오는지를 분석하면 고객이 이 제품에서 무엇을 가장 좋게 보는지, 무엇에 실망하는지가 드러난다. "흡수가 빨라서 좋아요"가 반복된다면 그게 핵심 구매 이유다. 그 단어를 상세페이지 최상단에 넣어야 한다. "배송이 느려요"가 반복된다면 배송 공지를 더 명확하게 해야 한다. 리뷰는 고객이 직접 써준 시장조사 보고서다.



자사몰이 있어야 진짜 데이터가 쌓인다

플랫폼 데이터는 플랫폼이 보여주는 범위 안에서만 볼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분석하거나, 원하는 고객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고객의 행동을 깊이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짜 의미 있는 고객 데이터는 자사몰에서 쌓인다.


자사몰을 만들면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가 완전히 달라진다. 고객이 어떤 페이지를 먼저 봤는지, 어떤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포기했는지, 결제 직전 어느 단계에서 이탈했는지, 어떤 디바이스로 들어왔는지, 몇 번째 방문에서 구매했는지. 이 모든 것이 구글 애널리틱스나 네이버 애널리틱스를 연동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특히 장바구니 이탈 데이터는 황금이다.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구매하지 않은 고객은 이미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24시간 안에 "장바구니에 담아두신 제품이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전환율이 일반 광고 대비 훨씬 높다. 이미 살 마음이 있었던 사람에게 한 번 더 문을 두드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원가입 데이터도 중요하다. 자사몰에서 회원가입을 유도할 때 이름, 연락처, 생년월일, 피부 타입이나 사이즈 같은 취향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이 데이터가 쌓이면 생일 축하 쿠폰, 취향에 맞는 신제품 안내, 계절별 맞춤 추천이 가능해진다. 같은 메시지를 모든 고객에게 보내는 것과, 그 고객에게 맞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클릭률에서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카카오 채널과 설문으로 직접 물어라

데이터를 수집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있다. 고객에게 직접 묻는 것이다.

많은 브랜드들이 설문을 두려워한다. "고객이 귀찮아하지 않을까?" 타이밍과 방식이 맞으면 고객은 기꺼이 답한다. 오히려 "이 브랜드가 나의 의견을 궁금해하는구나"라는 인식을 만든다.


구매 후 7일 시점에 보내는 짧은 설문이 가장 효과적이다. 질문은 세 개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제품을 구매하신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요?", "제품을 알게 된 경로가 어디인가요?", "다음에 출시됐으면 하는 제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 세 가지 답변이 쌓이면 광고 채널 효율, 구매 결정 요인, 신제품 개발 방향이 전부 나온다.


설문 응답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응답 완료 시 할인 쿠폰이나 적립금을 제공하는 것이다. 500원짜리 적립금이라도 응답률이 의미 있게 올라간다. 그리고 설문 링크를 카카오 채널 메시지로 보내면 이메일보다 훨씬 높은 오픈율이 나온다.


카카오 채널 메시지 자체도 데이터 수집 도구다. 메시지를 보냈을 때 누가 링크를 클릭했는지, 어떤 내용의 메시지에서 클릭률이 높았는지가 카카오 비즈니스 채널에서 확인된다. A/B 테스트도 가능하다. 같은 내용을 다른 제목으로 보내보고 어느 쪽 오픈율이 높은지 비교하면, 다음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이 데이터가 쌓일수록 메시지 전략이 정교해진다.



모은 데이터, 이렇게 써야 돈이 된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 현장에서 데이터는 있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그냥 쌓아두는 경우를 정말 많이 본다. 수집한 데이터를 실제 매출로 연결하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정리한다.


구매 패턴 데이터로 다음 구매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평균 구매 간격이 45일인 제품이라면, 첫 구매 후 40일 시점에 재구매 유도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이미 살 필요를 느끼기 직전이기 때문에 전환율이 높다. 이 타이밍을 모르면 너무 일찍 보내거나 너무 늦게 보내서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유입 경로 데이터로 광고비 배분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광고에서 유입된 고객과 네이버 검색에서 유입된 고객의 재구매율이 다르다면, 재구매율이 높은 채널에 더 투자해야 한다. 단순히 클릭수나 유입수가 많은 채널이 아니라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채널이 진짜 효율적인 채널이다. 이 분석을 하려면 유입 경로별 고객 데이터가 쌓여 있어야 한다.


리뷰와 설문 데이터로 신제품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고객이 반복해서 묻는 것, 리뷰에서 아쉽다고 언급하는 것, 설문에서 원한다고 적은 것이 다음 제품 기획의 재료다. 시장조사 비용을 따로 쓸 필요 없이 이미 구매한 고객들이 데이터를 만들어준다. 이걸 활용하는 브랜드의 신제품 성공률이 훨씬 높다.


고객 세그먼트를 나눠서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한 번 구매한 고객, 세 번 이상 구매한 VIP 고객, 6개월 이상 구매가 없는 잠재 이탈 고객에게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건 낭비다. 한 번 구매 고객에게는 재구매 유도 메시지, VIP 고객에게는 신제품 우선 안내, 잠재 이탈 고객에게는 "보고 싶었습니다" 감성의 윈백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같은 발송 비용으로 전환율이 완전히 달라진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오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지금 쓰는 플랫폼의 판매자 통계 메뉴를 처음으로 열어보는 것이 첫 번째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라면 통계 탭, 쿠팡이라면 쿠팡 윙의 분석 메뉴. 거기서 구매 고객의 성별과 연령대, 유입 키워드를 확인한다. 이게 내 고객 데이터의 출발점이다.


구매 고객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짧은 질문 하나를 추가하는 것이 두 번째다. "이 제품을 구매하신 가장 큰 이유가 뭔가요?"라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한 달이면 패턴이 보인다.


지금 들어오는 반품 사유를 엑셀에 기록하기 시작하는 것이 세 번째다. 사유별로 분류해두면 두 달 뒤에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가 데이터로 보인다.


이 세 가지만 시작해도 한 달 뒤 마케팅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데이터가 없으면 감으로 한다. 감은 틀릴 때 이유를 모른다. 데이터는 틀렸을 때 이유가 보인다. 그 차이가 쌓여서 브랜드의 차이가 된다.



고객 데이터는 브랜드의 기억이다.

기억이 있는 브랜드는 고객을 사람으로 대할 수 있다. 기억이 없는 브랜드는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대한다. 처음 산 사람인지, 세 번 산 단골인지, 6개월 만에 돌아온 고객인지를 알고 대응하는 브랜드와 모르고 똑같이 대응하는 브랜드. 고객은 이 차이를 느낀다. 그리고 느끼는 것이 행동으로 이어진다.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고객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해가 깊어질수록 마케팅이 덜 필요해진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이고, 가장 인간적인 마케팅이다.


데이터는 숫자가 아니다. 고객의 목소리다.


정명훈 | JSS ACADEMY 대표

스타트업과 이커머스의 현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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