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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서 마케팅, 협찬비 날리지 않는 법

팔로워 숫자에 속지 말고, 진짜 영향력을 사라

by 정명훈

"인플루언서한테 100만 원 줬는데 주문이 한 건도 안 들어왔어요."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팔로워 5만 명짜리 인스타그램 계정에 협찬을 넣었는데 반응이 없다. 유튜버에게 제품을 보냈는데 영상이 올라오지도 않는다. 블로거에게 원고료를 줬는데 검색에 걸리지도 않는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잘 되면 광고비 대비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다. 잘못되면 돈과 제품과 시간을 동시에 잃는다. 그 차이는 운이 아니라 준비에서 갈린다.


나는 Royal Bergen을 운영하면서 인플루언서 협찬을 직접 수십 번 진행했다. 성공한 것도 있고, 뼈아프게 실패한 것도 있다. 컨설팅 현장에서도 협찬비를 날린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그 경험들을 모아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돈을 날리지 않는 현실적인 방법을 정리한다.



팔로워 숫자는 참고만 해라

인플루언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팔로워 수다. 당연해 보이지만, 팔로워 수는 생각보다 훨씬 덜 중요하다. 심지어 오해를 만드는 지표이기도 하다.


팔로워 10만 명짜리 계정이 팔로워 3,000명짜리 계정보다 마케팅 효과가 낮은 경우가 현장에서 생각보다 흔하다. 이유가 있다. 팔로워 수는 과거의 숫자다. 그 계정이 지금 얼마나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팔로워들이 실제로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진짜 봐야 하는 숫자는 인게이지먼트율이다. 게시물의 좋아요와 댓글 수를 팔로워 수로 나눈 비율이다. 팔로워 10만 명인데 게시물마다 좋아요가 200개라면 인게이지먼트율이 0.2%다. 반면 팔로워 3,000명인데 게시물마다 좋아요가 300개에 댓글이 50개라면 인게이지먼트율이 10%를 넘는다. 후자가 실제 영향력이 훨씬 크다. 팔로워들이 그 사람의 말을 실제로 듣고 반응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인게이지먼트율 기준으로 보면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워 1만 명 이하 계정의 평균 인게이지먼트율이 5~8%인 반면, 팔로워 100만 명 이상 대형 계정의 인게이지먼트율은 1~2% 수준으로 떨어진다. 팔로워가 많아질수록 팔로워와의 관계가 희석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기 브랜드일수록 대형 인플루언서보다 소규모지만 관계가 밀도 있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실제 전환에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댓글의 품질도 봐야 한다. 댓글이 "예뻐요", "좋아요", 이모지만 가득하다면 그 계정의 팔로워들은 콘텐츠에 진짜 반응하는 게 아니다. 반면 "저도 이거 써봤는데 진짜 좋더라고요", "어디서 샀어요?" 같은 댓글이 달린다면 그 팔로워들은 그 인플루언서의 말을 실제로 신뢰하고 있다는 신호다. 협찬 게시물을 올렸을 때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팔로워들이다.



내 제품과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는 법

인플루언서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그 인플루언서의 팔로워가 내 제품을 살 사람이냐는 것이다.


아무리 인게이지먼트율이 높아도 팔로워층이 내 타겟과 전혀 다르면 소용없다. 20대 남성 게임 유튜버에게 4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건강기능식품 협찬을 넣는 것은 처음부터 맞지 않는다. 팔로워 수가 아무리 많아도, 인게이지먼트율이 아무리 높아도, 내 제품을 살 사람이 거기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타겟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그 인플루언서의 게시물 댓글을 보는 것이다. 댓글 달린 사람들의 프로필을 몇 개 눌러보면 그 계정의 팔로워층이 어떤 사람들인지 대략 파악된다. 내 제품을 살 것 같은 사람들이 거기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과거 협찬 게시물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 인플루언서가 이전에 어떤 브랜드의 협찬을 했고, 그 게시물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보면 내 협찬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있다. 과거 협찬 게시물에 댓글이 거의 없거나 "광고네요" 같은 반응이 많다면, 그 팔로워들은 이미 협찬 콘텐츠를 걸러서 보는 상태다. 반면 협찬 게시물에도 진짜 경험을 묻는 댓글이 달린다면 그 인플루언서는 광고성 콘텐츠도 신뢰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비슷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인플루언서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타월을 한 번도 다뤄보지 않은 사람보다, 욕실용품이나 리빙 제품을 꾸준히 소개해온 사람이 같은 제품을 훨씬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팔로워들도 그 사람이 이 카테고리에서 신뢰할 만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협찬을 제안할 때 하면 안 되는 것들

인플루언서를 찾았다면 제안을 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돈을 날리는 실수들이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


가장 흔한 실수는 협찬 제안서 없이 연락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저희 제품 한번 써보실 의향 있으신가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브랜드들이 있다. 인플루언서 입장에서 이런 메시지는 어디서 온 누군지도 모르는 브랜드의 막연한 요청이다. 브랜드 소개, 제품 설명, 원하는 협찬 형태, 제공 내용이 정리된 제안서를 함께 보내야 한다. 첫인상이 제안서다.


원하는 것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것도 실수다. "이 문구를 반드시 넣어주세요", "이 각도로 찍어주세요", "이 해시태그 다섯 개를 전부 달아주세요". 이런 요구가 많을수록 콘텐츠가 광고처럼 보인다. 그리고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채널 톤과 맞지 않는 콘텐츠를 올리게 되면 팔로워들이 바로 알아챈다. 브랜드 메시지는 전달하되, 표현 방식은 그 인플루언서에게 맡기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그게 그 사람의 팔로워들에게 자연스럽게 닿는 방법이다.


결과물 확인 없이 비용을 먼저 전액 지급하는 것도 위험하다. 선금을 다 주고 나면 협상력이 사라진다. 게시물 업로드 전 초안을 공유받기로 하거나, 업로드 후 정산하는 방식으로 계약 구조를 짜야 한다. 제품을 보냈는데 아무 연락이 없거나, 올리기로 한 날짜가 계속 미뤄지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타임라인을 명확하게 계약서에 명시하고, 지키지 않았을 때의 처리 방식도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계약서를 안 쓰는 것도 흔한 실수다. 작은 협찬이라도 간단한 협찬 계약서를 주고받는 게 맞다. 게시물 업로드 날짜, 게재 기간, 콘텐츠 수정 요청 가능 여부, 독점 여부, 경쟁 브랜드 동시 협찬 제한 여부 같은 것들이 담겨야 한다. 이게 없으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아무것도 주장할 수 없다.



협찬 방식을 제품과 목적에 맞게 골라라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고 다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다. 목적에 따라, 제품 특성에 따라 방식이 달라야 한다.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팔로워가 많은 계정에 노출되는 것이 맞다. 지금 당장 판매가 목표가 아니라 "이런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대형 인플루언서와의 협찬이 유효하다. 단, 전환 기대는 낮추고 노출에 집중해야 한다.


반면 바로 구매로 연결되는 것이 목적이라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훨씬 효과적이다. 팔로워 3,000명에서 1만 명 사이,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된 계정, 팔로워와의 관계가 밀도 있는 계정. 이런 인플루언서가 "나 이거 써봤는데 진짜 좋아"라고 말하는 게 팔로워 100만 명짜리 계정의 협찬 게시물보다 구매 전환에 훨씬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체험단 형태로 여러 명에게 동시에 협찬하는 방식도 있다. 대형 인플루언서 한 명에게 100만 원 쓰는 것보다, 팔로워 1,000~5,000명짜리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20명에게 제품을 보내고 솔직한 후기를 받는 방식이 총 비용은 비슷하거나 낮으면서 도달 범위와 신뢰도는 훨씬 높을 수 있다. 한 사람의 큰 목소리보다 여러 사람의 진짜 경험이 더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블로그는 각각 역할이 다르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유튜브는 제품에 대한 깊은 신뢰를 만드는 채널이다. 영상 길이가 길고 설명이 상세하기 때문에, 가격대가 있거나 구매 결정에 시간이 걸리는 제품에 효과적이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와 감성으로 관심을 만드는 채널이다. 처음 보는 제품을 예쁘게 보여주면서 클릭을 유도하는 데 강하다. 블로그는 검색 유입이 핵심이다. 제품명이나 카테고리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그 블로그 포스팅이 나오면 구매 시점에 가까운 고객을 잡을 수 있다. 각 채널의 특성에 맞는 제품과 목적을 연결해야 협찬비가 살아난다.



효과를 반드시 측정해야 한다

협찬을 진행했으면 결과를 반드시 측정해야 한다. 측정하지 않으면 이 협찬이 잘 됐는지 안 됐는지 알 수 없고, 다음 협찬을 더 잘 할 수가 없다.


측정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가장 간단한 것은 할인 코드다. 협찬 인플루언서마다 다른 할인 코드를 부여하고, 그 코드로 들어오는 구매를 추적하면 어느 인플루언서에서 실제 구매가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할인 혜택이 생기니 구매 유인이 된다.


링크 트래킹도 유효하다. 비트리나 구글 URL 단축기를 이용해서 인플루언서별로 다른 링크를 제공하고, 그 링크의 클릭수와 전환수를 추적한다. 클릭은 많은데 전환이 안 된다면 랜딩 페이지나 가격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클릭 자체가 안 된다면 콘텐츠가 팔로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다. 이 데이터가 없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


협찬 후 2주 이내의 자사몰 또는 스마트스토어 유입 변화도 함께 봐야 한다. 할인 코드나 링크 클릭이 없어도 브랜드명 검색이 늘어난다면 인지도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당장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브랜드 검색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결과다.



장기적으로 관계를 만들어라

인플루언서 마케팅에서 가장 강력한 형태는 일회성 협찬이 아니라 장기 파트너십이다.


한 번 협찬하고 끊는 것보다, 맞는 인플루언서를 찾아서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팔로워들은 그 인플루언서가 같은 브랜드를 계속 쓰는 걸 보면서 단순 광고가 아니라 진짜 좋아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첫 번째 협찬 게시물보다 세 번째, 네 번째 게시물의 구매 전환율이 높은 이유가 여기 있다.


장기 파트너십을 할 인플루언서를 고를 때는 첫 번째 협찬 결과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 협찬에서 어느 정도 반응이 있었고, 그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다면 그때 장기 파트너십을 제안한다. 처음부터 장기 계약을 맺는 것은 위험하다.

장기 파트너십에서는 협찬비 외에 다른 혜택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관계를 단단하게 만든다. 신제품 출시 시 가장 먼저 보내주기, 한정판 패키지를 그 인플루언서 이름으로 만들기, 브랜드 이벤트에 초대하기. 이런 것들이 돈 이상의 유대감을 만든다. 그 유대감이 있는 인플루언서의 콘텐츠에는 진심이 담긴다. 팔로워들은 그 차이를 느낀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사람과 사람의 신뢰를 빌리는 일이다

그 신뢰는 팔로워 수로 살 수 없다. 진짜 팔로워와 진짜 관계를 가진 사람을 찾아야 하고, 그 사람이 내 제품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협찬비를 날리는 브랜드와 협찬으로 매출을 만드는 브랜드의 차이는 예산의 크기가 아니다. 얼마나 신중하게 사람을 고르고, 얼마나 명확하게 계약하고, 얼마나 정확하게 결과를 측정하느냐의 차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도박이 아니다. 준비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마케팅이다.


정명훈 | JSS ACADEMY 대표

스타트업과 이커머스의 현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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